직접 방문 통한 현지 시장상황 파악 포기하고, 해외 거래선의 한국방문길 막힐 수도

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서울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19 예방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병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국내 감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번져가면서 한국인들에 대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코로나 문제로 비상경영 체제까지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제 해외 거래선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4일 외교부 및 재계에 따르면 15개국에 이르는 나라들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요르단, 바레인 등의 국가는 한국인 입국을 아예 금지시켰고 마카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한국인을 자가 격리 시키거나 강력한 검역 조치를 거치도록 했다.

세계적으로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가 늘어나는 까닭은 이번 주말을 거치며 한국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2배로 급증했고 24일 현재 확진자는 763명, 사망자도 7명으로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볼 때에도 중국,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 중이다.

입국제한 조치로 인한 한국인들의 불편함은 이미 진행형이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로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들이 입국을 거부당하고 현지에서 격리조치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부로서 새출발을 하는 시점에 격리조치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특별히 감염증상이 없는 사람들 역시 격리조치를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나 재계에선 이는 시작일 뿐, 더 큰 문제는 기업인들의 입국길이 막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국제한 조치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인들이 출장을 못 가게 되는 상황”이라며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한 접촉과 직접 방문을 통한 ‘컨택’은 뉘앙스나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참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입국금지 조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도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4대그룹 인사는 “온라인으로 소식을 전해들을 수도 있지만, 직접 방문해서 현지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거래선 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난감하다”고 우려했다. 몇몇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출장을 줄이거나 자제토록 하고 있는데, 향후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장을 가지 못할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선들이 한국을 찾는 발길도 끊길지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임원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업종별로 피해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과 비제조업,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 등 부품과 그 외 사업 등에서 피해 정도가 다를 것이란 설명이다. 허나 이번 사태로 한국과 기업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란 점은 공통된 우려사항이다.

한 대기업 인사는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출장길이 막히는 것 보다 이미지 훼손으로 향후 입을 타격이 더 우려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에 대한 입국금지 제한 조치는 일부 국가들 중심으로 나타나지만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향후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현재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또 미국령 사모아는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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