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도와 범위 넓어져 숨고르기 가능성 불구 풍선효과 기대 바라는 신조어 잇따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을 골자로 하는 2·2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부검(김포·부천·검단),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등이 그것이다. 얼핏 보면 사람 이름 같기도 하지만 모두 수용성(수원·용인·성남)에 이은 또 다른 풍선효과가 예견되는 지역의 첫음절을 딴 말이다. 부동산시장 안팎에서는 이들 지역이 다음 투자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풍선효과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신조어는 정부의 대책발표 이후 생겨났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원, 안양, 의왕시 일부 자치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주택대출 LTV(담보인정비율)이 60%에서 9억 원 이하는 50%로, 초과분은 30%로 줄어들게 됐다. 전매제한도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늘어나 단기투자 수요가 억제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도 중과되며 양도차익에서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결국 이들 신조어는 2‧20 대책 발표 이후 비규제지역을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 사이에서 검토되는 또 다른 풍선효과 예정 지역 리스트인 셈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 영향으로 일부 지역은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표된 12·16 대책 이후부터 이달 중순(17일 기준)까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화성은 3.40%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상승률이 1.40% 수준이었던 것에 견주어보면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안시성에 해당되는 안양과 시흥, 화성의 경우 모두 비규제지역인 데다 경기 서남부권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이 20여년 만에 착공했다는 교통 호재를 안고 있다. 이는 신분당선 호재가 작용한 수용성과 흡사한 조건이다. 김포와 검단 역시 비슷하다. 2기신도시인 두 지역은 올해 분양·입주가 활발한 데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및 인천 지하철 2호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검토 가능성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다른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연구원은 “집값 규제 이후엔 바로 옆 지역이 필연적으로 스프링처럼 가격이 튈 수 밖에 없다”며 “전국을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조어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선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와 함께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침체될 것을 우려한 시장 관계자들이 시장에서 먹혀들어갈 법한 풍선효과 기대지역으로 띄우는 마케팅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안산이나 부천 등 서부권을 교통호재 기대감은 있어도 이들을 중심으로 집값이 아직은 키맞추기 현상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이 단순하게 청약규제 하는 것이 아니라, 양도세나 종부세 규제를 커버하게 됐고 또 자금조달계획서 작성도 3억 원 이상이면 제출해야 할 정도로 주택매입 요건이 까다롭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강도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당분간은 시장 전반이 숨고르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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