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입찰제한 취소해 달라 소송해 승소···法 “담합 기간, 이익 고려했을 때 처분 과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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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발주 용역 사업에서 짬짜미(답합)를 해 벌금형을 확정받은 중견기업이 부정당업자에게 내려지는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풀어달라는 행정소송에서는 승소했다.

법원은 담합에 가담한 기간이나 회사가 얻은 이익을 고려할 때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A사가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6개월 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국토지리정보원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항공촬영 용역 사업 37건(총 계약금액 약 360억원)을 발주했다. 그런데 국내 공간정보산업 관련 업체 14곳은 낙찰예정사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정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낙찰 여부와 상관없이 각 사가 지분을 나눠 공동으로 용역을 수행하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 11월 14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 108억2200만원을 부과하고, 이중 11곳 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1,2심을 거쳐 이 업체들에게는 2500만원~8000만원의 벌금이 확정됐다.

A사도 함께 기소돼 벌금 3000만원이 확정됐다. 과징금은 3억8000여만원을 물었다. 국토교통부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A사에게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사는 “생존을 위해 최소 물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담합을 했고, 부당이익이 크지 않다. 재발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국토교통부의 처분사유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처분 내용이 과해 취소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담합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졌는데, A사가 이 담합에 참여한 기간은 5개월여에 불과하다. A사의 참여로 기존 담합내용이 의미 있게 변경됐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존 사업자들이 수년간 실행해온 담합을 맞닥뜨리게 된 A사로서는 다소나마 참잘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담합에 참여한 기간 및 계약액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담합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국토지리정보원이 입은 손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형사사건에서 A사가 두 번째로 낮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가장 낮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입찰 참가자격 제한 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원고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 더 크다고 판단된다”며 “이 사건 처분에는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1990년대 창립한 A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매출액이 620억원 수준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표창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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