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복지위 ‘코로나19 3법’ 통과···27일 본회의 상정 예정
의심환자 검사 권유 강화·‘마스크대란’ 억제·ITS 의무화 등 포함
복지위 등 요청법안 약 1달 방치···‘코로나19 사태’ 확산 책임 지적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진=이창원 기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입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월 임시국회의 명분이 코로나19에 대한 ‘초당적 대응’이었던 만큼 여야는 우선적으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려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약 1달 동안 지속되는 상황에서 법·제도적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된다. 이미 상정돼 있던 감염, 검염, 의료 등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했다면 현재의 사태를 축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검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코로나19 3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오는 27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감염병 예방·관리 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의사 등이 감염병 병원체 검사를 권유할 경우 이를 거부한 의심 환자에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입원‧격리 치료를 거부할 시에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이에 현행 법으로는 이번 사태의 ‘슈퍼 전염자’로 지목되는 31번째 확진자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 좀더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31번째 확진자는 의사의 감염병 병원체 검사 권유에도 이를 거부한 후 여러 장소를 돌아다녔고, 그가 방문한 신천지대구교회, 경북 청도 대남병원, 새로난한방병원 등 장소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감염병 예방‧관리 개정안에는 마스크, 손 소독제 등 관련 물품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감염병의 유행으로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될 시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에 마스크 등 물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급 감염병’이 유행해 관련 물품들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기간에 마스크, 손 소독제 등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정부가 이른바 ‘마스크 대란’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복지부 소속 역학 조사관 인력도 100명 이상으로 증원하고, 일정 규모 이상 시·군·구에는 필수적으로 역학 조사관을 두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에 30명 이상으로 규정된 역학 조사관 인력을 대폭 증원함으로써 감염병 발생 시 보다 효과적인 초기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의 해외여행력 정보제공시스템(ITS)도 의료인, 약사, 보건의료기관 등에서 의약품을 처방·제조할 때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앞서 허윤정(더불어민주당)·김승희(미래통합당) 등 의원들은 대표발의한 법안에서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ITS가 미설치돼 있거나 이용률이 저조했고, 약국의 경우 ITS 서비스 제공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등 허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사태 초기 ‘중국인 입국금지 여부’ 등을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던 검역법 개정안도 66년 만에 재정비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는 감염병이 유행하거나 유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입국‧경유한 외국인에 대해 복지부 장관은 입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기관 내 환자, 보호자·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위한 감염 감시체계를 새로 마련해 국가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19 관련 입법에 탄력이 붙고 있지만, 국회의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번 사태 초기부터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등 정부 유관기관은 효율적 대응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약 1달 정도 방치해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달 30일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국회에서 실시된 긴급현안질의에서 “국회가 법령과 예산 지원으로 감염병 대응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아쉬운 것은 보건복지위원회가 거의 전부 개정에 가까운 검역법 개정안을 전체회의 통과시켰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역법이 개정되면 현재 권역별로 진행되는 검역이 과거 프레임에서 탈피해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된다”며 “검역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권역별 검역을 강화할 수 있는 체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이 한창인 시기라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국민은 유관기관이 요청한 법안을 ‘방치’했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회는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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