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수장 바뀌어도 여전···금융위·금감원 갈등 또 수면 위로
  • 이기욱 기자(gwlee@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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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패싱’ 논란에 금감원장 제재 권한 논의까지···분조위 제도 개선 예고
원승연 부원장 교체 놓고 갈등 최고조 전망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소통에 강점을 지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새롭게 임명되면서 이전까지 다양한 사안에서 이견을 보여 왔던 두 기관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으나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 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모두 갈등설을 적극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금감원 부원장 인사와 금감원장의 제재 권한을 둘러싼 논의 등으로 향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성수 “금감원장의 금융사 제재 권한, 생각해볼 것”···논의 시 양 기관 충돌 불가피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장의 금융사 임직원 징계 권한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특정 방향성이 내포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감원장의 제재 권한 적정성 논란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안을 원안대로 결재했다. 문책경고는 향후 3년 동안 금융사에 취업할 수 없는 중징계임에도 금감원장의 전결로 징계가 확정되자 업계에서는 금감원장의 제재 권한이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금융사 CEO의 연임이 달린 중요한 결정이 금융위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자 ‘금융위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감원장의 금융사 제재 권한 문제는 오랜 기간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갈등을 유발시켜온 민감한 사안이다. 은 위원장 역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문제”라며 “말하기 조심스러운 사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법 개정안을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금감원장에게 부여된 기관 및 임직원 제재 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검사당국의 위상 악화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금감원장 권한을 축소하려던 시도는 무산됐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은 위원장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두 기관 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우리·하나은행 과태료 경감 및 분조위 제도 개선 등 마찰···금감원 부원장 인사 ‘촉각’

지난 12일에는 금융위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230억원, 260억원에서 각각 190억원, 160억원으로 경감하기도 했다. 이 역시 금융위가 금감원의 독단적인 제재 결정에 간접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금융위는 지난 17일 ‘2020년 업무보고’를 발표하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제도 개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분조위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의학 등 전문 분야 경력 요건을 신설하고 전산 등을 통한 심의위원 임의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조정 당사자의 신뢰성과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분쟁조정위원은 금감원장이 위촉하며 분조위원장도 금감원장이 금감원 소속 부원장 중에서 지명한다. 다시 말해 금융위는 금감원장이 임명하는 분조위원들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부족하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셈이다.

이러한 갈등 국면은 금감원 부원장 인사에서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금감원 부원장 인사는 1월 초에 이뤄지지만 이번 인사는 3월로 연기됐다. 연기된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승연 부원장 유임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측에서는 원 부원장의 교체를 원하고 있지만 윤 원장은 원 부원장을 남기고 싶어하는 상황이다.

원 부원장은 윤 원장의 정책 철학을 가장 잘 공유하고 있는 개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명지대학교 교수 시절 윤 원장과 마찬가지로 금융감독기관 개편과 금융위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금감원 내에서 손꼽히는 강성 인사로 지난 2018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전 통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며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원 부원장은 “외부 공개 결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성향 때문에 금융위는 원 부원장에 대한 교체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기욱 기자
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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