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래에셋대우와 전자투표도입 논의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서비스 선택
민간 증권사 서비스 선택에 대한 부담···한국예탁결제원도 무료화에 서비스 개선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한국예탁결제원이 국내 대기업들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민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보다 공공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한국예탁결제원이 민간 증권사의 전자투표 시장진출에 자극받아 가격과 서비스를 개선한 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3월 주주총회에서 도입할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의 ‘K-eVote’를 채택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미래에셋대우와 전자투표시스템 도입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전자투표 시스템을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현대차그룹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전격 선회했다.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올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밝혔던 대기업들도 대부분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5대 대기업(삼성, 현대차, SK, 롯데)들 가운데 LG를 제외한 4개 그룹은 올해 계열사별로 전자투표를 도입하거나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나머지 대기업들 역시 전자투표 도입 확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정 민간 증권사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전자투표시스템 영업을 총괄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정 민간 증권사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채택하면 대기업과 해당 증권사의 관계를 놓고 여러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며 “중립성을 지켰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의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eVote 서비스 무료화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그동안 기업별 전자투표 서비스 수수료로 최대 500만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각각 지난해와 올해 전자투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예탁결제원도 올해 K-eVote를 무료서비스로 전격 전환했다.

서비스 품질도 예전보다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 한국예탁결제원의 K-eVote는 주주총회 10일 이전에서야 사전투표가 가능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는 플랫폼V에서 투표시작 일정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본 한국예탁결제원도 K-eVote를 업그레이드해 투표시작 서비스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과의 전자투표 서비스 계약여부는 비공개사안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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