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TO는 3명, 정윤순 승진으로 감소···복지부, 청와대에 권준욱 승진 설득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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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향후 국장급 승진 인원은 2명이다. 이 자리에는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과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이 유력하다.  

22일 복지부에 따르면 당초 복지부의 국장 승진자 수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조직 신설이 아닌 경우 기존 고위공무원이 퇴직해야만 승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후배들을 위해 전격 명예퇴직함에 따라 국장 승진 인력 1석이 확보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교육 파견을 다녀온 이재용 국장이 지난달 8일자로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에 임명됨으로서 또 하나의 국장 승진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장급인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에는 그동안 기획재정부 출신이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 국장 전임자인 김서중 국장이 기재부로 복귀한 후 복지부 출신인 이 국장이 임명되며 복지부의 기재부 출신은 2명에서 1명으로 줄며 승진 자리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현재 복지부의 기재부 출신 국장은 이강호 사회서비스정책관 뿐이다. 

세 번째 국장 승진 자리는 고위공무원 나급(구 2급)인 권준욱 대변인이 지난 21일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인 질본 국립보건연구원장으로 승진해 발령 받음에 따라 확보됐다. 

당초 권 원장은 지난해 초 당시 건강정책국장으로 근무하던 시기 공석인 국립보건연구원장에 지원했었다. 복지부도 그를 1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인사검증을 진행한 청와대로부터 임명 소식은 전달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권 국장이 청와대로부터 국립보건연구원장 낙점을 받지 못한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면서 “하지만 조국 전 민정수석 사례만 봐도 청와대 인사가 수준 이하인 점은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당초 질병관리본부장이 현재 차관급이 아니라 고위공무원 가급이었던 과거에는 의사 출신 관료가 공공보건정책관(구 질병정책관)에 이어 바로 본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공보건정책관을 맡고 있던 권 국장은 1965년생 동갑인 정은경 현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밀렸다. 결국 공공보건정책관에 이어 건강정책국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청와대 반대로 국립보건연구원장에 임명되지 못하자 지난해 8월 대변인에 발탁됐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편향되고 잘못된 인사를 시정하기 위해 복지부가 권 국장을 국립보건연구원장에 발탁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설득했다”며 “그의 원장 승진의 또 다른 근거는 복지부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고, 결국 청와대도 권 국장 승진을 인정해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당초 1명도 힘들 것으로 예상했던 국장 승진 TO가 인사과 중심의 복지부 노력으로 3명으로 늘려 확정된 것이다.

이같은 승진 TO 확대에 따라 우선적으로 복지부 과장 중 서열 1위로 꼽혔던 정윤순 보험정책과장이 지난 17일자로 국장으로 승진한 후 국방대학교(안보과정) 교육훈련 파견근무를 나갔다. 이에 정 국장을 포함한 복지부 행정고시 39회 동기들 중에는 지난해 4월 OECD대한민국정책센터에 파견 나가 근무하는 황승현 부이사관만 남았다. 하지만 황 부이사관의 행시 후배인 정경실 과장의 국장 승진이 사실상 확정돼 다음 주 승진 발령 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육 파견을 나갈 예정으로 파악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황 부이사관은 복지부 성골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출신이고 부친 고향이 전남 순천인 호남 인맥이지만 현재 외부 파견 중이어서 아쉽게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올해 말 정년퇴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1972년생인 정 과장은 행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기초생활보장팀장, 질본 바이오과학정보팀장, 요양보호제도과장, 사회정책선진화담당관, 의약품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 인사과장, 보험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정 과장에 대한 평은 호평이 압도적이다. 업무능력에 있어 철저하고 성격과 인품이 뛰어나며, 성실성을 인정 받아 상사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과거 업무에 있어 깐깐했던  손건익 전 복지부 차관이 과장 시절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파견 나가 2년 7개월을 근무하며 행시 동기들 중 최초로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후 인사과장으로 복지부에 복귀한 것은 본인 의도에 관계 없이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근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인사과장은 잘해야 본전인 직책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파견 근무 기간은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가 적당하다는 것이 관가 속설이다.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 인사를 다루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적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직책이 인사과장이다. 현재 복지부 국장으로 근무하는 인사과장 출신 인사는 과거 모 과장 언행을 복지부 차관에 보고해 결국 좌천시켰다. 좌천 당한 과장은 기자를 만나 울면서 인사과장을 원망한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A직원은 “정 부이사관이 과거 인사과장 시절 유관기관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의지라며 특정인을 내정하자고 저에게 강요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의 뒤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보였고, 그 이후에는 그에게 인사를 안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행시 선후배인 정씨 남매에 이어 비고시 몫으로 국장 승진자에 유력한 인물은 손영래 과장이다. 그는 서울대 의대 92학번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1974년생인 손 과장은 공보의 1년차였던 지난 2000년 보건소에 근무하다 2년차인 2001년 복지부에 들어가 근무하던 중 특채 형식으로 2002년 3월 사무관에 정식 임용됐다. 이에 복지부 주류인 행시 출신들로부터 무시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타고난 천재성과 기획력을 인정 받아 부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보험급여과와 혈액정책과, 의료자원과, 공공의료과에 이어 서기관 승진 후 공공의료과장, 사회정책분석담당관, 건강정보TF 총괄제도팀장, 의료정보화팀장, 보험급여과장, 의료자원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향후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손 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할 경우 염민섭 질본 감염병관리센터장의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같은 인사가 현실화되면 염 센터장은 복지부 본부로 복귀할 전망이다.

단, 손 과장의 국장 승진에 변수도 있다. 현재 복지부 고위직인 B국장이 본부 대기뱔령 중이기 때문이다. 본부를 포함한 복지부 고위직은 숫자가 제한돼있어 B국장을 포함한 상태에서 손 과장의 국장 승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쉽게 설명하면 B국장이 국장 TO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 본부 또는 소속기관의 국장급 한 자리를 비워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인사혁신처를 설득할 경우 단기간 예를 들어 수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국장 TO를 1명 초과하는 상황이 가능해 결국 손 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에 수십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실국장 인사는 멈춰있지만 핵심 과장 두 자리가 공석이 돼 인사를 하긴 해야 한다”며 “3월에 인사가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지만 여러모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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