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도 시공사 선정 유찰 속출
정부 규제 여파로 건설사 입찰 참여 위축

시공사 재선정을 앞두고 서울 정비업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이 한풀 꺾이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찾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수주 열기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건설사들이 선별적 수주에 나서면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대규모에 우수한 입지를 갖춘 사업장마저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겨우 시공사를 찾는 형국이다.

2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품을 전망이다. 갈현1구역은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서울 지역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 중 한 곳이다. 조합은 지난해 8월부터 경쟁입찰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아 왔으나 두 번 유찰되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첫 번째 입찰에선 현대건설이 입찰 지침 등을 위반해 입찰이 무효화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았고, 두 번째 입찰엔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자를 선정할 때 경쟁입찰이 미응찰이나 단독응찰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다만 경쟁입찰이 아닌 조합원 찬반투표로만 진행되는 수의계약 방식은 건설사 간 경쟁이 없어 사업 제안 조건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 갈현1구역의 경우 시공사 선정 과정만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을 끝내자는 쪽으로 조합 내부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13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지난 17일 수의계약 방식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난해 기존 시공사인 라인건설과 결별한 후 시공사 재선정에 돌입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만 잇따라 참여하면서 유찰이 계속되자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밖에도 두 차례의 유찰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서울 성북구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장 역시 같은 날 호반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강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선 두 차례 입찰에서 대림산업만 참가해 경쟁이 무산된 바 있다. 방배삼익 재건축조합은 조만간 대의원회를 열어 대림산업의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 지을 방침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역시 지난해 12월11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지만 시공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의 고배를 마셨다. 신반포21차 조합은 재정비를 마치고 내달 30일 시공자 선정 재입찰을 마감한다. 지난 13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모습을 나타냈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비사업 수주 열기가 급속도로 썰렁해진 이유는 건설사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알짜 단지에서도 사업성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인허가 심의 강화 등에 이어 최근에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등장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조합이 요구하는 수익을 보장하기 쉽지 않은 사업구조인 만큼 수익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현장으로만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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