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 가입자 수 공개하며 '실적 부풀리기'
3월 주주총회 시즌 이후 실제 전자투표 이용률에 시선 집중

그래픽 = 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 = 이다인 디자이너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전자투표 시스템 영업 경쟁을 벌이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두 증권사는 각각 자사 전자투표 서비스 가입자 수를 자랑하면서 서로 상대방보다 시장점유율에서 앞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간 자존심 싸움에 한층 더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간 전자투표시스템 영업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민간 전자투표 서비스 ‘플랫폼V’를 내놓았고, 올해 2년 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는 삼성증권도 전자투표 서비스 ‘온라인 주총장’을 출시하며 경쟁체제가 형성됐다.

경쟁이 펼쳐지자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가입 회원사들의 숫자를 각자 공개하며 자존심 싸움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180여개사를 플랫폼V 가입자로 유치했다고 공개했고, 삼성증권도 이에 맞서 200여개사를 자사의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증권사의 발표 모두 ‘실적 부풀리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두 증권사가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전자투표 가입 유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상당수 회사가 전자투표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역시 내부적으로는 가입 회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자투표를 실제로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V를 이용할 회원사로 200여개사를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절반인 99개사만 이용했다”며 “올해는 최대 150여개사가 실제로 플랫폼V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 역시 “발표된 온라인 주총장 가입 회원사 수와 실제 이용사 수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투표 시스템의 실제 이용사 수는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에 각각 집계된다. 이에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간 자존심 대결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끝나봐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가입 유치에 성공한 회사들의 전자투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사 서비스의 장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경험을 내세우며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미래에셋대우 전자투표 시스템를 담당하고 있는 성낙규 IB2팀 부장은 “지난해 민간 전자투표 시스템을 실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반응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며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토양 삼아 서비스를 한층 더 개량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와 올해 주주총회에서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내년부터 전자투표 가입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IB) 상품 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거래 고객인 중소형 상장사들에게 ‘토탈패키지‘ 차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첫 전자투표 서비스인 만큼 각 기업별로 전담 직원을 배치해 세부적인 기능 실행과 운영 등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전자투표 플랫폼은 IB 분야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분간 경쟁체제가 유지되다가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 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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