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54개·경북 34개, 이미 초과···복지부 “환자 경증이면 일반 병실서 치료”
전문가들 “자택이나 1인실 등 음압병상 대안 검토 시급”

21일 부산대학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에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21일 부산대학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에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돼 확진자 숫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전국에 분포돼있는 1027개 음압병상으로 이들 환자 치료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미 150명을 넘은 대구와 경북의 코로나19 환자들 중 일부는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코로나19 확진환자 52명이 추가로 확인된 데 이어 오후에 또 다시 확진자 수가 48명 늘었다. 이에 확진환자는 총 204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코로나19 환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실제 치료를 받게 되는 음압병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음압병상이란 병실 내부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함으로써 공기가 항상 병실 안에서만 흐르도록 유도해, 병실 내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병실 내부에 있는 자체 정화시설을 통해 정화된 공기만을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병상이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음압병상에 격리돼 치료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기준 파악된 전국의 음압 병상은 755개 병실의 1027개다. 이같은 집계는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과 타 의료기관을 모두 합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83개 병상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가 143개 병상으로 100개를 넘는다. 반면 부산(90개 병상)과 경남(71개 병상), 인천(54개 병상) 등은 100개 미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부분 음압병상은 1인실이다.   

단순 수치를 비교하면 204명 코로나19 확진자 중 퇴원한 16명을 제외한 188명이 1027개 음압병상 숫자에 미치지 못해 현재로선 환자들 수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음압병상의 지역 편중이다. 최근 며칠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구와 경북의 경우 이미 지역의 음압병상 숫자를 초과했다. 실제 대구는 54개 음압병상을 확보했으며 경북은 34개다. 이날 옿 대구와 경북 확진자는 154명으로 대구와 경북지역 음압병상 수 88개를 훌쩍 넘어섰다.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병상을 추가로 만들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타 지역으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방안도 거론 중이다. 실제 21일 오전 청도대남병원에 있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구지역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음압병상을 보유한 병원을 구하지 못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현실적으로 음압병상이 아니어도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경증이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확진자를 치료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은 근본적 대책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에 직면하면 지역에 관계 없이 전국적으로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음압병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경미한 코로나19 환자는 자택에 격리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전국에 코로나19가 전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대구 상황처럼 음압병상이 부족하다면 음압이 아닌 일반 1인실에 격리하거나, 중증도가 낮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다인실 음압병상에 수용하는 등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증상이 경미하다고 해도 코로나19 환자를 음압병상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의료진도 위험할 수 있다”면서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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