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배신자’ 꼬리 붙인 노조와 접촉···“제3자 통해 노조 임원과 만났다”
한진그룹 후배들의 비판···주주연합 추천 사내이사 후보 향후 거취에 영향

한진그룹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 짜놓은 계획에 변수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짜놓은 계획에 변수가 되고 있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노동조합과의 만남 및 기자회견을 통해 “구조조정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부에 전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노조가 ‘우리 대한항공 2만 노동자는 분노한다 그리고 경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한 직후 노조 측에 3자를 통해 접촉 의사를 물었다. 전날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노조를 만나) 진심을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최근 한진그룹의 전·현직 직원들은 연이어 주주연합을 비판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배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2만 노동자는 한진칼을 장악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차지하고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그들의 의도를 확신하고 분노하고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1주일 뒤인 21일엔 전직임원회가 나서 “주주연합에서 개최한 기자 회견에서 강성부(KCGI 대표)가 한진그룹 경영현황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을 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를 넘어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선 이 같은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들의 압박이 주주연합이 짜놓은 계획에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단순 여론전을 떠나서 ‘사내이사 후보’들의 향후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주주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는 지난 17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선 김 전 상무가 주주연합이 아닌 한진칼 측에 사퇴를 먼저 통보했다는 점과 서신의 내용에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김 전 상무가 한진그룹 직원들의 비판에 부담을 느꼈다고 풀이했다.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도 연이은 전·현직 직원들의 비판을 받는다. 21일 전직임원회는 “일부 한진그룹 출신의 인사가 주주연합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주주연합의 사내이사 추천 후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압박했다. 함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은 한진그룹의 전직 임원이다.

주주연합은 변수 제거를 위한 관리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노조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4일 노조 성명서 발표 직후 ‘만남’을 제안했다. 다만 노조 측은 정식 절차를 통한 요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강성부 대표가 직접 만나자고 했다는 내용은 허위”라며 “제 3자를 통해 노조 임원을 만났다”고 답했다. 이어 “대화는 있었으나 구조조정을 안 한다는 등의 말은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그룹 현 경영진에 대한 비판 및 주주연합의 비전을 밝혔다. / 사진=시사저널e
지난 20일 강성부 KCGI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시사저널e

이와 함께 강성부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은 없다”,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 등의 표현을 통해 한진그룹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강성부 대표의 발언을 보면 주주연합 측이 김 전 상무의 사퇴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내이사 후보군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선택했지만 후배들의 비판에 자리를 포기한 꼴이다. 함 (전) 본부장이라고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