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되는 직원만 펀드판매 가능···위험성도 모른 채 팔았다는 비판은 과도해”
“녹취 등 통해 불완전판매 논란 없애야”

지난해 9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한 시중은행 점포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자들이 한 시중은행 점포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은행 직원들이 펀드 상품 판매를 기피하지 않겠어요? 고객이 듣지 못했다고만 하면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인데···”

21일 최근 은행권에서 일어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은행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을 알지도 못하고 판매했다’, ‘위험성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고객들의 은행 직원들을 향한 성토가 커지고 금융당국도 은행 제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총 판매액은 7950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 기준 손실액은 26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로 인한 국내 은행 손실액도 최대 2700억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선 안 됐던 것”이라며 “다만 지금 사태에서는 불완전판매의 기준이 굉장히 모호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투자상품 판매에 녹취가 의무화된다고 하니 고객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차라리 잘 된 것”이라며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설명했어도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은 먼저 불완전판매를 말한다. 녹취가 없으면 계약서에 자필로 적힌 ‘동의했다’는 문구와 ‘설명을 들었고 이해했다’는 문구가 중요해지는데 지금은 ‘못 들었다’는 말에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은행원들이 개별 상품의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지도 못하고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비판에 억울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DLF와 라임 펀드 등의 상품은 금융투자상담 자격이 있는 직원만 팔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직원들이 본사의 교육을 받고 상품의 특징과 구조,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구조여서 상품 자체를 모르고 판매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상품 판매 시 녹취가 의무화된다. 지금까지 불완전판매를 피하기 위해 핵심 요점만 설명했다면 앞으로는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전체를 설명하는 식으로 상품 판매 과정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설명 시간만 30분이 넘어가게 될 같다. 그만큼 직원이나 고객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높아지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정확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불완전판매를 없애야 하고 (불확실한) 기준도 명확해져 논란이 해소되어야 한다”며 “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다만 최근의 일로 은행 내부 혼란이 커진 상황이고 (펀드 판매 위축으로) 수수료이익도 감소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사태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해 녹취 의무화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법적인 부분을 통해서 사전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부분이 확인되면 분쟁조정을 거쳐 피해자 구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8월부터 은행 2곳, 증권사 3곳, 자산운용사 5곳에서 현장검사를 실시하며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은행 경영진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20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임시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DLF와 라임자산운용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및 투자자보호에 소홀한 데서 기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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