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MBK, 투자 없이 구조조정만”
사측 “점포 리뉴얼 등 지속투자···전환배치는 정기 인사의 일환"

홈플러스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홈플러스노동조합은 현재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당초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자산 매각과 인력 강제 전환배치 등으로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전환배치는 정기 임원 인사의 일환이며, 그간 매장 리뉴얼 등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고 맞섰다. 

20일 홈플러스노조는 광화문 MBK파트너스 앞에서 ‘홈플러스 몰락의 주범 MBK’ 플래카드를 내걸고 “MBK가 매장과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배당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왔다”면서 “홈플러스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MBK는 인수 이래 지금까지 매장을 팔아 1조9000억원을 빼갔다. 배당금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을 가져갔다”면서 “MBK는 이를 통해 인수 당시 차입금 4조3000억원의 53%인 2조3000억원을 회수했다. 매장을 매각하고 세일즈앤리스백(매각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임차료 부담이 커져 영업수익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일 홈플러스 노조가 홈플러스 운영사인 MBK파트너스 앞에서 경영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호 기자
21일 홈플러스 노조가 홈플러스 운영사인 MBK파트너스 앞에서 경영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지호 기자

이들은 또 “MBK는 인수 당시 투기자본의 횡포를 우려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항의를 무마하기 위해 1조원 투자 약속을 했지만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다. 임일순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내세워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등 인건비 축소를 지휘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홈플러스 사냥을 멈추고 2만 직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회사 운영진인 MBK에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사모펀드가 기업의 지속 경영보다는 단기간 투자 회수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 감소와 그로인한 인력 감축에 직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난 4년간 총 4000여명의 직원이 감소했다. 

기업을 인수한 뒤 3~5년 뒤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4년이 되는 시기였던 지난해 MBK는 자금 조달을 위한 홈플러스 리츠(한국리테일 홈플러스 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상장에 실패한 이후 엑시트(투자회수) 방안에 골몰했고, 같은해 9월 2조1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5년의 시간을 벌었다. MBK는 향후 새로 얻은 5년 동안 기존 홈플러스 매각 및 세일앤리스백으로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사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주장한 1조원 투자 불이행에 대해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리뉴얼, 풀필먼트 센터 신설, 더클럽 등 온라인몰 강화 등에 이미 1조원이 넘는 금액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정기 순환배치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현재 5년이 경과했다. 이미 수년간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 노후점포 및 매출 상위 점포 리모델링, 온라인배송 강화를 위한 풀필먼트센터 추진 및 확대, 모바일사업 투자(더클럽) 등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조 측은 직원의 점포간 이동 및 업무부서 변동 같은 기업의 정상적인 인사(순환배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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