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굵직한 M&A 있었으나 유통·바이오·핀테크에만 몰려···생태계가 형성되려면 기술 선도 기업이 마중물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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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벤처캐피털(VC) 회수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 사진=셔터스톡

지난해 벤처캐피털(VC) 회수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차지하는 비중은 0.51%에 그쳤다. 정부는 세액 공제와 정책 자금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도 M&A를 통한 투자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투자금액은 4조2777억원에 달한다. 창업투자회사 설립자본금 요건 완화 등 규제 완화와 대규모 정책펀드 조성으로 벤처투자 관련 수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3조4249억원) 대비 24.9% 증가했고, 투자 업체도 1608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9사개보다 14.9% 증가했다. 

투자 회수 규모도 1조3421억원으로 건전한 흐름을 보였다. 장외매각 및 상환을 통한 회수 비중이 49.2%로 가장 높았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비중은 25.2%, 프로젝트가 16.5% 순이었다. 

하지만 M&A는 0.5% 수준에 그쳤다. M&A를 통한 투자 회수 규모는 ▲2014년 164억원 ▲2015년 172억원 ▲2016년 374억원 ▲2017년 331억원 ▲2018년 408억원으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69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내 VC업계는 M&A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회수방안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M&A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2018년 기준 투자액 약 150조원 중 44.5%인 약 56조원이 M&A를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다시 새로운 창업과 투자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국내는 2018년 기준으로 M&A 비중이 2.5%에 그쳤다. VC는 모태 펀드 회수 방법으로 IPO, M&A, 세컨더리(Secondary) 펀드 세 가지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모든 벤처창업이 기업공개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세컨더리 펀드 역시 과열된 상황이라 M&A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간 업계 내에서는 꾸준했다. 

지난해 스타트업에는 굵직한 M&A 사례들이 생겨났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매각됐다. 차세대 유니콘 여기어때는 영국투자사 CVC캐피탈에 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팔렸다. 토종 인공지능(AI) 개발사 수아랩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팔렸다.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해브앤비는 글로벌 뷰티그룹 에스티로더에 1조원 넘는 규모에 인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오, 핀테크, 신개념 유통 플랫폼에 투자가 몰리면서 M&A에 따른 이득은 크게 보지 못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VC의) 전체 투자에서 바이오, ICT서비스, 유통 서비스 업종 비중은 2014년 42%에서 2018년 63%, 2019년에는 70%까지 증가했다”며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투자 비중이 2014년 18%에서 2019년 28%까지 늘었다”고 분석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벤처기업의 M&A 선순환은 결국 인수합병을 통해 각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며 “전통적인 대기업보다는 기술을 갖춘 선도기업이 국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박 선임연구위원은 “벤처캐피탈은 국내만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도 잠재력을 지닌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M&A를 통한 투자 회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도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 벤처투자과 관계자는 “현재 벤처기업 M&A의 매수기업은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것을 향후 R&D 기업 수준으로 세금을 인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 모태펀드를 조성해 1600억원가량을 M&A에 할애해 민간과 함께 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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