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방식 개편 시 벌점 대폭 상승···선분양 제한 불가피
“정비사업 차질···공급 물량 크게 줄어들 것”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벌점 산정방식’ 개편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개편이 이뤄지면 벌점이 대폭 증가해 건설사들의 사업 계획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실벌점 산정방식’ 개편을 두고 건설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부실벌점 제도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경미한 부실공사를 발생시킨 건설사에 벌점을 부과하기 위해 마련됐다. 부실벌점에 따라 선분양 시기를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개편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건설사들의 벌점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벌점 증가로 선분양이 제한되면 현재 진행 중인 정비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현장별 총 벌점을 합산하는 ‘누적 합계’ 방식으로 개편하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부실벌점 산정방식은 현장별 총 벌점을 현장 개수로 나누는 ‘누계 평균’ 방식이다. 한 건설사가 총 100개의 현장에서 3점의 벌점을 받았다면 부실벌점은 0.03점이 되는 구조다. 하지만 개편된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부실벌점은 3점으로 100배 늘어나게 된다.

개정안대로 제도가 바뀌면 분양 일정이 예정된 건설사들의 사업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체 또는 시공자가 벌점(최근 2년 기준)을 받았을 때 건축공정에 따라 입주자를 모집토록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벌점 1점 이상은 골조공사 3분의 1이상 완료 ▲3점 이상은 골조공사 3분의 2이상 완료 ▲5점 이상은 골조공사 완료 ▲10점 이상은 사용검사 후에야 분양이 가능하다.

특히 현장이 많은 대형건설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상위 20대 건설사의 벌점을 취합한 결과 앞으로 75%에 달하는 총 15개 업체가 선분양이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상위 20개사를 제외하고도 중대형 건설사의 부과 벌점이 최대 30배까지 불어나 분양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개정되는 벌점 산정방식은 단순 합산 형태여서 건설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상당히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선분양을 해야 현금 흐름이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분양 제한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면 자금력이 좋은 대형 건설사들이라도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업체는 시장퇴출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선분양 제한으로 앞으로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상위 20개 건설사들은 매년 연간 1만∼2만 가구 이상씩 새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이 물량만큼이 공급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벌점으로 시공사의 분양이 지연될 때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금융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정비사업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벌점을 누계 합산으로 변경하게 되면 그 숫자는 현재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주택공급 시기와 분양 가격 모두가 뒤틀릴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개정안은 내달 초 최종 의견 수렴일이 이뤄진다. 현재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사 소속 단체들은 국회와 정부, 청와대 등에 개정안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법 개정 저지를 위해 강력 대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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