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창업기58] “거울부터 커피까지 신경썼죠”···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 김영욱 대표
[쓰다,창업기58] “거울부터 커피까지 신경썼죠”···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 김영욱 대표
  • 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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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미용실로 인플루언서 디자이너 독립 돕고 경제적 구조 개선···고객에게는 원하는 디자이너 만날 수 있는 공간”
"연내 팔레트에이치 5호점까지 내고 사업 확장할 것···2020년은 사업 안착시키고 땅 다지는 한 해"

차도, 집도, 물건도 공유하는 시대다. 신문과 거리가 먼 사람도 한 번쯤은 ‘공유경제’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유미용실’은 아직은 생소한 사업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공유미용실이 자리 잡았다. 미국은 땅이 넓고 다인종이 사는 나라답게 대형 쇼핑몰마다 공유미용실이 있다. 백인, 아프리칸, 아시안 등 인종별로 공유미용실이 나뉘는 것이 미국의 특징이다. 일본은 임대료가 높은 신주쿠, 하라주쿠에 공유미용실이 세워져 있다.

김영욱 제로그라운드 대표는 국내에도 공유미용실 모델이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9년 ‘팔레트에이치’라는 공유미용실을 창업했다.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커피 맛집’이라고 불린다. 김 대표가 직접 원두 브랜드까지 고른단다. 우리가 평소에 미용실에서 먹던 공짜 커피, 쿠키와는 다르다. 세심한 부분에서도 김 대표의 열정이 엿보였다. 재능 있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제로그라운드 김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팔레트에이치 1호점에서 만났다.

◇ “디자이너와 고객을 위해 처음부터 공간 기획···오프라인 시장과 상생하고파”

김 대표의 이력은 ‘창업 모범생’에 가깝다. 그는 대학 창업 동아리, 대형 IT회사, 해외 송금 스타트업 이사를 거쳐 지금의 ‘제로그라운드’를 창업했다. 언제나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김 대표가 첫 번째로 도전한 사업이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이다.

공유미용실은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다음으로 나온 트렌드다. 공유오피스와 공유주방은 공실이 많은 유휴 부동산을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사업이다. 공유미용실은 입지가 좋은 상가와 근린생활건물에 미용실 공간을 마련해 프리랜서 헤어 디자이너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력이 검증된 디자이너들은 공유미용실을 통해 고정 고객을 유지할 수 있고, 노력한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국내에는 팔레트에이치 외에도 공유미용실 2~3곳이 더 있다.

“기존 오프라인 미용실은 지역별로 나눌 수 있다. 강남 미용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독립해 1인 헤어샵을 차리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 그 배경에는 소셜미디어와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플랫폼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팬이나 팔로워를 가진 헤어 디자이너가 많아지며 독립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된 것이다.”

제로그라운드는 지난해 8월 슈미트와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생소한 아이템이었던 탓에 투자자 설득에도 품을 들였다. 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매출로 풀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김 대표의 말에 공감했다. 김 대표의 대학교, 첫 직장 입사 동기였던 공동 창업자 나원주 이사는 미용 사업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직접 미용사 자격증까지 땄다.

“서울에만 수천개가 넘는 미용실이 있다. 팔레트에이치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스타트업 제로그라운드만이 만들 수 있는 색이 있다. 유연하게 미용 공간을 만들고, 헤어 디자이너의 의견을 수용한다. 미용실 경대도 추가 설치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 미용실과의 마찰은 없었냐고 묻자 김 대표는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웃었다. 일부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항의 전화나 협박을 한 적도 있단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업 시작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작은 갈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프랜차이즈 미용실들이 K-뷰티 시장을 부흥시켰고, 후임 디자이너들을 양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대가 바뀌면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젊은 디자이너와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났고, 공유미용실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를' 만든 김영욱 제로그라운드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팔레트에이치 1호점에서 만났다. / 사진=강수지PD, 최기원PD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를' 만든 김영욱 제로그라운드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팔레트에이치 1호점에서 만났다. / 사진=최기원 PD, 강수지 PD

◇ 올해 팔레트에이치 4‧5호점까지···“전문가들이 꿈 펼칠 수 있는 제로투원 플랫폼 될 것”

팔레트에이치 1호점은 강남역에서 1분 거리다. 공유미용실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와 밀접하다. 김 대표는 SNS를 활용하는 디자이너와 고객들이 많고, 시술 당 단가가 높은 강남 지역을 택했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시태그한 미용실 지역은 주로 강남과 홍익대학교 주변이다. 연예인‧웨딩 시술이 집중된 청담 지역과는 다르다.

“디자이너나 고객들이 (팔레트에이치의)노력을 알아봐줄 때 즐겁다. 과거 3주마다 머리를 손질했던 미용실 고객으로서 맛없는 커피나 주나마나한 쿠키들이 가장 아쉬웠다. 팔레트에이치를 세우면서 세심하게 기획했다. 원가가 비쌌지만 맛있는 원두도 직접 골랐다. 많은 고객들이 커피가 맛있다고 칭찬했다.”

공유 사업을 발목잡는 것은 아무래도 ‘규제’다. 지난해까지는 공중위생관리법 상 한 미용공간 안에서 칸막이 없이 두명 이상이 미용업을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탄원을 낸 결과 2019년 12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바닥에 점선으로 공간을 구별하면 영업신고가 가능하다. 다만 미용실 샴푸 공간은 아직까지 영업신고를 할 수 없다. 제로그라운드는 대한상공회의소 내 설치된 규제 샌드박스 지원기구와 함께 공유미용실 규제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다.

“강남을 시작으로 해서 팔레트에이치뿐만 아니라 공유미용실 모델이 나오고 있다. 각자 개성이 다르다. 시장이 어떤 공유미용실 모델을 선택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문가 영향력이 커지면서 결국 탈 프랜차이즈, 탈 대형 미용실 현상을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비용 구조가 전환된 공유 사업들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공유미용실 팔레트에이치 외에도 다양한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 김 대표의 비전은 ‘국내 미용 시장 혁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력과 영향력이 있음에도 ‘공간’이라는 장벽과 인프라가 필요한 산업을 바꾸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스크린 골프, 필라테스, 요가, 악기들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전문가를 위한 제로투원(Zero to One, 기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진보) 플랫폼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욕심내지 않고 팔레트에이치를 4, 5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3월 초 투자를 유치해 강남역 주변에 2, 3호점을 세울 예정이다. 신사역, 광화문, 홍대 상권도 살펴보고 있다. 2020년은 사업 정책과 땅을 다질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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