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상장 주선인 의무인수분 보호예수 해제
의무인수분 통한 평가 이익 기대감 낮아져
최근 2년 간 상장시킨 5곳 중 1곳만 공모가 상회

12년 만의 증권사 상장으로 주가가 무섭게 치솟았던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신영증권이 입맛만 다시게 됐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상장 주선인 의무 인수분을 통한 수익을 당장 기대할 수 없게 된 데다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기업이 연달아 상장 이후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상장 주선인 의무 인수 물량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된다. 신영증권이 상장 주관사 자격으로 인수한 물량은 4만8000주로 총 발행주식 수의 0.75%에 해당한다. 신영증권이 보유한 지분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은 상장 후 3개월이었다.

상장 주관사의 의무 인수 물량은 발행 주식 대비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상장 주관한 회사의 주가가 크게 치솟을 경우 상장 주관 수수료를 넘어서는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쏠쏠한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상장을 주관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평가 손실이 발생해 상장 주관 수수료 수익을 무색케 한다. 이는 상장 주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주가 흐름에도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신영증권은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상장될 당시만 하더라도 웃을 수 있었다. 공모가 1만원으로 책정된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20일 상장 이후 오름세를 보이다 같은 달 28일 장중에는 1만5350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신영증권의 평가이익은 7억3680만원으로 수수료 수익인 6억5440만원을 넘어선다.

12년 만의 증권사 상장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신영증권이 입맛을 다시게 됐다. / 그래프=시사저널e.
12년 만의 증권사 상장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장 주관사를 맡았던 신영증권이 입맛을 다시게 됐다. / 그래프=시사저널e.

그러나 이후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공모가를 밑돌기 시작하면서 이날에는 8560원까지 내린 상태다.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증권업에 대한 전반적인 투심악화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신영증권이 의무 인수한 지분도 평가 손실 상태에 놓이게 됐다.

금전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신영증권 IPO 사업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게됐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성장성을 높게 판단하고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선보였지만 상장 후 주가 흐름이 기대에 못미친 까닭이다. 게다가 지난해 증시에 상장시킨 회사 2곳(스팩 제외) 중 한 곳인 윌링스 역시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최근 2년동안 신영증권이 상장시킨 기업 5곳(코리아에셋투자증권·윌링스·우진아이엔에스·나우아이비캐피탈·대유에이피) 중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대유에이피만 공모가를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의 상장 주관 역량이 드러나는 지점은 수요예측이나 일반 청약에서 흥행도 중요하지만 상장 이후 증시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있다”며 “상장 이후에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 그만큼 좋은 기업을 상장시켰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전의 여지는 존재한다. 코리아에셋증권이 올해에도 실적에서 좋은 성과를 내놓을 경우 투심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2013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3월 결산월인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4~6월)에 27.7%의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ROE였다.

신영증권 자체적으로도 도약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신영증권은 최근 신임 대표이사에 황성엽 신영증권 경영총괄(COO) 부사장을 내정했다. 황 내정자는 법인사업본부장, 투자은행(IB) 부문장 출신으로 IB 부문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황 내정자가 IB 사업을 강화할 경우 IPO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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