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통제 미흡으로 금융사고 반복돼
금감원 “금융권 사외이사, 역할 인식과 책무 부족하다”
법률 전문가 “법개정 통해 이사회 책임 강화해야”

은행의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터지고 있지만 정작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은 없는 상황이다. 법률상 제재를 할 방법이 없어 사고가 터져도 사외이사들이 쉽게 법망을 피해 책임회피를 한다는 지적이다. / 사진=시사저널e

은행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 금융사고에서 유독 사외이사들만 책임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법률상 책임을 물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사외이사들이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쉽게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법개정 및 이사회 보고 체계를 바꿔 사외이사도 최고경영자와 함께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독립성 여전히 취약하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에는 총 21명의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신한은행이 6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각각 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4대 은행에서 개최된 이사회는 총 47회다. 국민은행 19회, 우리은행 10회, 하나은행 10회, 신한은행 8회(정기 3회, 임시 5회) 등이다. 47회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한 명의 반대도 없이 모든 안건이 찬성의견으로 통과됐다. 

문제는 4대 시중은행이 개최한 이사회 안건 중에는 경영상 승인이 필요한 안건 외에도 ‘불건전 영업행위 영향평가 결과 보고’, ‘내부통제시스템 운영의 적정성 평가 결과’ 등과 같이 업무통제와 관련한 보고를 발표하는 자리도 있었다는 점이다. 사외이사들도 은행 업무와 관련해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위치가 아니라고 전한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한 관계자는 “제도상 사외이사가 다양한 전문인으로 구성돼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은 훌륭하나 여전히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취약한 부분은 있다”며 “이사회 운영 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모든 안건에 대하여 찬성만 하는 거수기라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며 “안건을 조율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두고 협의를 한다. 이런 점들이 회의록에 기재되지 않기 때문에 거수기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 전문가 “법개정 통해 이사회 책임 강화해야”

금융당국과 법률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의 사외이사들의 책임과 권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 내놓은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결과 및 향후 계획’을 보면 사외이사의 책임성 부족을 지적한 내용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 자료를 통해 사외이사가 사내이사와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본인 역할에 대한 인식과 책무에 대한 충실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사외이사들이 중요 경영현안과 관련한 자료나 자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사록도 상세하지 않아 사외이사들이 최고경영자에게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은행에서 구조적 문제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사외이사들이 쉽게 책임 지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비판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DLF 등 사태와 관련해 사외이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법적으로 사외이사들이 이번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 문제가 있어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현행법상으로 내부통제 위반인 사유로 사외이사를 제재할 방법은 명확하지 않아 법개정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또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도 은행의 관련 부서나 사내이사들이 관련 문제들을 안건으로 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외이사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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