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엄격한 통제”·野 “국민의 알 권리”···노 후보자 “공소장 공개 우려 충분히 공감”
‘사법농단 사태’ 관련 질의도···“당시 재판거래 시도한 흔적은 분명히 있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엄격하게 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부각시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야당은 노 후보자의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9일 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여야 청문위원들은 일제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갖고 있는 홍보 수단이 10이라면 법원의 1∼3심 판결은 2나 3도 채 안 된다. 무죄 사건이 꽤 많은데 (보도가 잘 안 된다)”라며 “기소 뒤 1심이 열리기 전까지 사실상 공소장이 다 공개되고 공소장에 대한 알뜰살뜰한 분석과 장식까지 있다. 사법체계 내에서 기소하면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비일비재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장이 공개되면 이로 인한 ‘낙인효과’가 발생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인권침해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 피의자 유죄 심증을 주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는 범죄행위이고 엄격히 통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명문 규정에는 없지만, 공소장 공개 시점은 재판 시작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제도는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공소장 비공개 방침은 지난 정권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가 있고 정의가 있다”며 “전 정권의 피의사실은 매일매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고, 이 정권은 수사는 틀어막고, 공소장도 틀어막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공소장을 근거로 탄핵 소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과거 엄혹한 시절에도 정의로운 검사들이 청와대가 수사하지 말라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에 흘리고 공소장을 공개하며 정의를 세워왔던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여야의 공방 속에 노 후보자는 공소장 공개에 따른 사실상 피의사실이 공표된다는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개별 사건마다 다르지만, (공소장 공개는 재판 개시 후 당사자에게 공소장을 제공하고 공개재판을 통해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는 법원의 입장에) 전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소장 공개가 수사기관의 ‘일탈행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문제점에는 동의하지만 (수사기관의 일탈 행위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긴 어렵고 검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노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효상 의원은 노 후보자가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구입할 당시 부동산 매도가를 낮춰 신고하는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운계약서는 취·등록세와 양도세 탈루 목적”이라며 “기득권, 엘리트층의 공통적인 일탈, 도덕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노 후보자는 “그 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했던 점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정하면서, “2004년에 그런 것이 있고, 2006년 실거래가 신고 의무 이전이긴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점 부끄러움을 느낀다. 국민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아울러 노 후보자가 가톨릭대 생명윤리학 석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논문을 쓰지 않았고, 대학원 석사과정(4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자는 “장학금은 상당 부분 제 동기들도 받았다. 논문 작성과 자격시험 중 택일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앞서 노 후보자는 지난 2018년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 참여한 바 있다.

노 후보자는 “그 당시 재판거래를 시도한 흔적은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대단히 부적절한 사법행정권 남용이 분명히 확인됐지만, 전체적으로 이 상태에서 형사처벌을 묻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료만으로는 유죄가 나오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라며 “실제로 (재판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30년 가까이 판사 생활을 한 입장에서 그것은 어렵지 않은가라는 나름대로 믿음에서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부연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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