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모두 무료 내세우며 전자투표 영업전
기업들은 감사선임 해결 기대...증권사는 IB강화 목적

국내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 상장사 현황
2020년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 현황 (2월19일 기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이 모두 전자투표 서비스를 무료화하며 치열한 영업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감사선임 등 원활한 안건 통과를 위해 최근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올해가 전자투표 정착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민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전자투표 시스템 보급과 연계해 기업금융(IB)을 강화하려고 한다. 전자투표 시스템이 IB분야의 새로운 전초지가 될지에 업계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전자투표 플랫폼 ‘무료’ 경쟁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전자투표시스템 ‘K-eVote’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전자투표시스템 3종은 모두 무료로 전환됐다.

전자투표는 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온라인 투표로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한국예탁결제원이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회사당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을 서비스 대가로 받았다.

한국예탁결제원 독점체제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전자투표시스템 ‘플랫폼V’를 출시하면서 깨졌다. 미래에셋대우는 플랫폼V를 무료로 제공했고 99개사가 이를 이용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K-eVote를 이용한 564개사보다는 적었지만 최초의 민간 전자투표시스템 정착이라는 의의를 가졌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올해는 최소 180여개사 플랫폼V를 이용하며, 미래에셋대우는 추가계약 체결을 위해 꾸준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11월 ‘온라인 주총장’이라는 무료 전자투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은 현재까지 200여개사가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국예탁결제원,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선택하는 회사는 앞으로 계속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신세계, 포스코 등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자투표 도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또한 제도 개편을 통해 전자투표 도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는 전자투표시 본인인증을 위해 공인인증서만을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휴대폰과 신용카드 등을 통해서 본인인증을 할 수 있게 됐다.

전자투표, ‘감사선임’ 해결사 부상

전자투표 도입 확대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라는 명분도 가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골칫거리인 감사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서 전자투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감사 선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하고 참석주식의 과반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상법에만 있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다른 안건과 달리 감사선임 안건은 경영감시라는 명분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최대 3%로 제한된다. 감사선임을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이 대거 주주총회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회사는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말까지는 새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가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다. 섀도보팅이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참석하지않은 주주들도 참석 주주들의 찬반율에 비례해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2017년 말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감사선임을 놓고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 시즌 당시 부결된 안건은 총 238건인데 이 가운데 63%인 149건이 감사선임 안건이다. 2018년 56건에서 3배가량 늘은 것이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 가운데 올해 감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 기업은 554곳에 이른다.

삼성증권이 2019년11월26일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법인 대상 세미나에서 전자투표시스템인 '온라인 주총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2019년11월26일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법인 대상 세미나에서 전자투표시스템인 '온라인 주총장'을 설명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IB강화’ 출시 배경

민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이 무료를 내세우며 전자투표 시스템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IB강화’가 자리잡고 있다.

전자투표 시스템 제공을 통해 기업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면 향후 해당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인수합병 및 자문계약에서 증권사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종의 ‘락인(장금)’효과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플랫폼V를 이용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자금조달 및 인수금융 등에서 다양한 IB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IB사업 강화 차원에서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를 기획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자산관리(WM) 사업에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장석훈 대표가 2018년 말 정식 취임한 이후 IB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자산가, 법인 등의 고객사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 법인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토탈패키지서비스’ 차원에서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에 이어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적으로 전자투표시스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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