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로 인연 맺어···“긴밀한 협업 통해 시너지 낼 것”

달빛조각사 미디어간담회 현장 모습. (왼쪽부터) 김태형 카카오게임즈 실장,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본부장 김민수 엑스엘게임즈 이사 / 사진=카카오게임즈
달빛조각사 미디어간담회 현장 모습. (왼쪽부터) 김태형 카카오게임즈 실장, 최관호 엑스엘게임즈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본부장, 김민수 엑스엘게임즈 이사. /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개발사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했다. 엑스엘게임즈는 천재 개발자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설립한 업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를 통해 카카오게임즈가 부족했던 개발 역량 보완 및 IP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향후 진행될 기업공개(IPO)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송 대표 명성에 비해 엑스엘게임즈의 흥행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바람의 나라’·‘리니지’ 아버지 품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약 53%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엑스엘게임즈의 검증된 개발력과 게임 IP를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엑스엘게임즈는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으로 유명한 천재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지난 2003년 설립한 게임사다. 전 세계 64개국 이상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MMORPG ‘아키에이지’, ‘201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 등 다수의 게임을 개발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8월 엑스엘게임즈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바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 첫 협업 프로젝트인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를 국내 시장에 선보여 280만 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출시 후 구글 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모았다.

아울러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는 지난해 9월 엑스엘게임즈와 ‘아키에이지’ IP 활용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현재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한 ‘아키에이지 워크(가칭)’를 개발 중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엑스엘게임즈는 다년간 경험을 지닌 개발진과 우수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 개발사다”며 “엑스엘게임즈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퍼블리싱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왔던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엑스엘게임즈 인수를 통해 개발 역량 및 IP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현재 ‘배틀그라운드’ 국내 퍼블리싱을 비롯해 여러 인기 게임들을 퍼블리싱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IP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퍼블리싱 위주 게임사의 경우, IP 홀더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 해 왔던 ‘검은사막’의 경우, 지난해 IP 홀더인 펄어비스가 자체 서비스를 선언하면서 이관이 진행되기도 했다.

◇송재경, 과거 영광 되찾을까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엑스엘게임즈 자체보다는 천재 개발자로 유명한 송 대표 영입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 대표는 과거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를 만든 인물로, 사실상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카카오게임즈가 송 대표를 영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향후 진행될 카카오게임즈의 IPO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개발 역량이 있는 게임사를 비롯해 스타 개발자가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이를 연기한 바 있다. 

다만 엑스엘게임즈에서 만든 게임 가운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회사 출범 직후 선보였던 ‘XL1’은 정통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표방했지만 장르적 한계로 결국 흥행에 실패했으며, 야심차게 선보인 ‘문명 온라인’도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2013년 선보인 아키에이지는 흥행에 성공했으나 최근엔 유저들이 많이 이탈한 상황이다. 아키에이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아키에이지 비긴즈’도 지난 2018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최근 흥행에 성공한 달빛조각사도 ‘리니지2M’, ‘V4’ 등 쟁쟁한 경쟁작들의 등장과 함께 매출 순위 상위권에서 밀려난 상태다. 17일 기준 달빛조각사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출시 초기와 비교해 많이 밀려난 상황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엔씨의 리니지2M은 매출 1위를, 넥슨의 V4는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엑스엘게임즈의 경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달빛조각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체 IP로 성공한 사례는 아키에이지가 유일하다”며 “송 대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이번 카카오게임즈와의 만남을 통해 신규 흥행작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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