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도 유일하게 '전액 손실'
실적과 브랜드가치 동반 하락 '우려'

KB증권이 판매한 펀드상품 부실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 가운데 현재 KB증권이 판매한 상품들만이 ‘전액손실’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상을 놓고 험난한 줄소송이 예상되는 가운데 KB증권은 실적 악화와 신뢰도 추락이라는 이중고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전액손실이 발생한 펀드인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등은 모두 KB증권을 통해서만 판매됐다.

해당 펀드 3종은 총 9391억원 규모의 모펀드 ‘플루토 FI D-1호’에 투자하는 자펀드로 만기는 1년 6개월이다. AI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약자고 ‘스타’는 KB금융 브랜드다. 펀드 3종의 총 규모는 472억 원으로 KB증권과 라임자산운용은 이 펀드들에 대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판매 당시 KB증권은 이 펀드들에 대해 “6%대 고정이자수익이 나는 확정이익(Fixed income)을 주요 전략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만 점은 KB증권이 이 펀드를 자사 맞춤형 상품으로 ‘단독 판매’했다는 점이다. 통상 100억 원 규모가 넘는 펀드상품을 한 증권사에서만 파는 것은 흔치 않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KB증권은 해당 펀드 판매를 통해 선취수수료로 1.5%를 받았다. 운용보수로 1.0%를 받은 라임자산운용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라임자산운용이 발표한 펀드별 손실률

KB증권은 판매 당시 높은 수수료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호된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증권사 간 TRS계약을 놓고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12일 KB증권 등 증권사와 라임자산운용에 내용증명을 보내 “라임자산운용 펀드정산금을 청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TRS계약에 따라 우선순위가 있는 증권사들이 돈을 먼저 찾아가지 말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도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에 나선 상태다.

KB증권의 부실 펀드상품 판매는 실적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483억원을 기록했다. 이전분기보다 21.3%가 감소한 수치다. KB증권이 과거 판매한 펀드 관련 일부를 충당부채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이번 사태는 특히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려 노력하는 대형 증권사의 사업 위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금 규모에 따라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손실은 증권사로서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사 수익 창출력 근원이 소비자의 신뢰임을 고려하면 신뢰도가 하락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평판이 저하되면 현재 높은 수익성을 보이더라도 중기적으로 사업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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