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의 역습]② 경고등 들어온 레포 시장, 정부 정책 약발 받을까
[레버리지의 역습]② 경고등 들어온 레포 시장, 정부 정책 약발 받을까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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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국내에서도 리스크 확대 우려 커져
레버리지 확대 따른 단기 자금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
금융당국, 레포 거래 때 현금 보유 비율 높이기로

국내 레포(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서 유동성 리스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급격한 성장과 이들의 레버리지 확대에 따라 레포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레포 거래 때 기관의 현금 보유 비율을 높이기로 했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자체적인 규모 축소에 나서기로 해 이 같은 노력이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미국에 이어 한국도?···높아진 레포 시장 리스크 우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2%대에서 거래되던 레포 금리가 10%까지 치솟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른바 ‘레포 발작’으로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레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레포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경우 미국 금융시장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레포는 채권 발행자가 일정 기간 후에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말한다. 주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같은 금융기관이 단기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한 국공채나 특수채, 신용우량채권 등을 담보로 레포를 발행한다.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에 무담보 차입보다 저렴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 레포(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에서 유동성 리스크 증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미국에서 레포 발작이 발생했던 주요 배경에는 레포 발행을 통한 자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금융기관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레포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시장에서 현금이 말라버린 것이다. 레포 발작은 지난해 말에도 한 차례 조짐이 보이는 등 미국 금융시장에서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지급준비금적립마감일(지준일)을 앞두고 레포 시장이 들썩였다. 레포를 사들여 증권사나 운용사에 단기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들이 지준일에 앞서 자금 공급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에 레포 매도에 나섰던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기관들은 밤늦게까지 자금을 구하지 못해 당좌로 자금을 조달했고 이후 한국은행이 나서 레포를 매수하면서 시장 상황은 나아졌다.

이 같은 상황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준일을 포함해 분기 말이나 연말, 명절 전 등 레포 시장에서 현금이 부족해지는 시기는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국내 레포 시장에서 단기 자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해 기관 간 레포 거래금액은 2경109조원으로 전년(1경6223조원)에 비해 24.0% 늘어났다. 일평균 잔액도 92조6000억원으로 전년(75조4000억원) 대비 22.8% 증가했다. 

특히 헤지펀드가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레포를 통한 레버리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펀드는 국공채나 우량 등급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매수한 뒤 이를 담보로 레포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이를 다시 국공채나 우량회사채, 은행채에 투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지렛대 효과로 레포펀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다. 결국 헤지펀드가 레버리지 효과를 얻기 위해 너도나도 레포 시장 문을 두드리면서 수요가 급증했고 레포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것이다. 

◇ 규제 나선 금융당국과 리스크 관리하는 금융투자사들 

금융당국 역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투자 증가를 레포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레포 매도를 통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레포 거래 만기에 따라 익일물 20%, 기일물 2~3일 10%, 4~6일 5%, 7일 이상 0%로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이 차등 적용된다.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며 3분기 동안에는 보유 비율이 10%로 적용된다. 레포 거래에서 익일물 비중이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나 운용사가 보유해야 할 현금성 자산 비율이 크게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레포 거래 시 거래 리스크를 반영한 최소 증거금률 적용도 추진된다. 현재 레포 거래를 할 때 제공하는 담보 비율은 통상 5%인데 담보증권의 특성과 레포 매도자의 신용 위험을 반영해 증거금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레포 시장에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레포 시장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한 이후 자체적으로 레버리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시장 위축 우려가 나오고는 있지만 정부 정책이 더해지면 시장 리스크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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