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82조원···한 달 새 1조원 증가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며 차주 빚 부담↑
은행업계, 대출 금리 낮춰 고객 유치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에도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줄어들 기세가 안 보인다. 오히려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은행마다 전세대출 금리를 낮춰 고객 확보에도 나서면서 은행권 대출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출이 막힌 일부 고객들이 신용대출로 갈아타는 풍선효과도 은행권에 나타나고 있다. 

◇5개 시중은행 전세대출 82조 넘어···신용대출 증가세도 가팔라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지난 1월 82조원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1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은행의 전세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80조원을 넘어섰고 증가율은 8월2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로도 낮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대 증가폭으로 보였다. 1월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다. 한 달 사이에 3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주담대가 1월 중에 4조3000억원 증가한 가운데 전세대출이 2조3000억원 증가하며 전체 대출 규모를 키웠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를 뺀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1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만 아니라 신용대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실시한 부동산 규제로 금융권의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신용대출 증가가 빨라진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개 시중은행의 1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율을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지난 3년 간의 추이를 보면 5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까지 24% 늘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은행권, 대출 금리 낮춰 고객 확보 나서

금융권에선 정부의 지난해 8·12와 12·16 부동산 대책이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을 낮추는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가계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적용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강화한 바 있다. 또 12월부터는 9억원이 넘는 주택의 LTV 규제를 강화하고 지난달 20일부터는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차단하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규제에도 아랑곳 않고 전세 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부동산 규제에도 전세대출에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고객 확보를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월 첫 주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을 담보로 취급된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는 2.92%로 나타났다. 1월(3.01%)보다 0.09%포인트 낮아졌다. 하나은행(2.77%), 농협은행(2.76%), 신한은행(2.85%), 국민은행(2.88%)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금리를 2%대로 낮춘 영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과 연초 들어 이사와 같은 계절적 수요가 있어 전세대출 잔액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다만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가 높기 때문에 신용대출이 늘게 되면 고객의 빚 부담도 증가해 금융권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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