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국산 수제맥주 4캔에 1만원 시대 열려
국산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생산공장 증설하며 빠른 대응
대형 맥주기업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간 맥주업계 1·2위 다툼 예고돼
수입맥주는 일본 불매운동에 가격경쟁력까지 잃어 전망 불투명 

맥주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맥주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 사진=세븐일레븐

올해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제도가 바뀌면서 맥주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편의점은 국산 수제맥주 4캔에 만원 판매 행사를 시작했다. 대형 주류기업은 자사 제품에 주력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일본 불매운동 영향을 받은 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잃으면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 제도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다면 이제부터는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여한다. 그간 수입 맥주는 주류법의 허점을 타고 세금을 낮게 책정 받아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주류 세법이 바뀌면서 국산과 수입산, 모두 똑같이 용량으로 세금이 부과돼 올해부터 국산 수제맥주는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편의점은 국산 수제맥주 4캔에 1만원 판매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세븐일레븐은 업계 가운데 가장 빨리 판매에 나섰다. 이달 들어 CU도 4캔에 1만원 판매를 시작했다. GS25는 이달까지 3캔에 9900원 행사를 진행한 뒤 다음달부터 4캔에 1만원에 판매한다. 

업계는 수입맥주 시장점유율 확대가 편의점 4캔에 1만원 행사로 본격화됐던 만큼, 동일한 행사로 국산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혼술’ 문화가 일상화된 만큼 편의점에서 새로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는 꾸준한 상황에서 국산 수제맥주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국산 수제맥주는 최근 3년간 한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면서 “올해는 가격 경쟁력이 생겨 10%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국산 맥주는 40, 수입 맥주는 60 정도로 점유율을 나눴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며 “올해도 이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산 수제맥주 업체는 생상공장을 증설하며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주맥주는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지난해 제주한림읍 양조장의 연간 생산량을 4배 늘렸다. 이로 500ml 캔 기준 연간 1800만 캔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그간 ‘제주위트에일’ 등은 제주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판매하다가 수도권으로 진출하곤 했지만 5월 출시 예정인 신제품은 곧바로 수도권서 판매한다. ‘경복궁 IPA’ 카브루도 올해 생산공장을 증설한다. 신제품 6종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음식과 함께 곁들이도록 맥주 배달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 맥주기업은 자사 제품을 주력으로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지난해 ‘필라이트’, ‘테라’ 신제품을 출시한 하이트진로는 올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오비맥주를 바짝 쫓을 계획이다. 필라이트는 최근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에 등장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당 영화와 관련해 기획하고 있는 마케팅은 별도로 없다”며 “지난해 신제품을 쏟아냈다면 올해는 주류업계 확고한 1위로 가기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17일부터 ‘클라우드’ 생맥주와 ‘피츠 수퍼클리어’ 생맥주, 330ml 병 제품 출고가를 최대 13.5%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또 지난해 말에는 클라우드 광고 모델로 배우 전지현을 다시 발탁하기도 했다. 

한편 수입맥주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특히 국내 수입맥주 1위었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 불매운동에 직격타를 맞아 수입액이 반토막 났다. 지난 2018년 일본 맥주는 7830만달러(약 914억원)어치가 수입됐지만, 지난해에는 3976만달러(약 464억원) 수입에 그쳤다. 지난 2009년 이후로 일본 맥주 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재팬’ 열기가 거세던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수입된 일본 맥주는 460만9000달러(약 55억원)어치로 같은 기간 대비 84%가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산 수제맥주가 빠르게 라인업을 늘리는 중”이라며 “수입 맥주가 여전히 호응을 얻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줄어 올해는 유통채널에서 판매량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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