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의결권행사···삼성·현대차·SK·롯데 등 도입 확대 움직임
한진 경영분쟁, 反조원태파 전자투표 도입 요구···소액주주 캐스팅보더 되나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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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 ‘전자투표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전자투표제란 주주총회장에 출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특정 안건에 찬반을 표시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용이해지는 셈이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선 도입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다가오는 금년 주총부터 전자투표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총 당시 많은 소액주주들이 현장을 찾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지체돼 혼선을 빚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앞서 3개 계열사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했던 현대차그룹은 9개 계열사를 추가, 총 12개 전 상장사에 모두 도입했다. 주주친화적 경영환경을 만들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약속이 현실화 됐다.

SK그룹은 재계 최초로 지주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디스커버리 등의 주주들은 올부터 간편하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재계 5위 롯데그룹도 금년 롯데하이마트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각 그룹들은 금년 시행 후 점차 전 계열사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년 유독 전자투표제 도입사례가 늘게 된 것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주총 운영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금년 전자투표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한국예탁결재원은 상장사가 전자투표 서비스를 요청하면 100만~50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여론재판으로 치닫는 등 부작용이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되는 만큼, 오너 및 경영인들의 사회적 책무 이행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발생하지만, 악의적인 루머로 인한 구설수가 자칫 선량한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노린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투기자본의 악의적 노림수는 아니지만, 실제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에서는 전자투표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 동맹’이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전자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개정안을 제안했다.

이들 3자동맹은 한진칼 전체 발행주식의 32.06%를 차지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KCGI가 17.29%, 반도건설이 8.28% 등이다. 이들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우호세력들과 비슷한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전자투표제를 통해 소액주주(30.38%)들을 설득해 조 회장을 밀어내고, 경영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6.52%를 보유했다. 그를 지지하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각각 6.47%, 5.31% 등의 지분을 가졌다. 이들을 제외한 오너일가 및 임원진 보유분(특수관계인 4.15%)을 비롯해 델타항공(10.0%)에 이르기까지 조 회장 우호주식 총합은 32.45%로 집계된다. 여기에 최근 1%대 주식을 확보한 카카오가 조 회장 편에 설 것으로 점쳐진다.

한진칼에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사실 상 캐스팅보드를 쥐는 셈이 된다. 이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소액주주들의 중요성이 대두될 주총으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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