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여론 형성하려 공무원들에게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 지시 혐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 10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났던 조 전 청장은 이날 판결로 다시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정보·홍보 등 휘하 조직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글 3만7000여건을 온라인 공간에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시를 받은 경찰관들은 타인의 계정을 이용해 민간인 행세를 하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의 지시행위가 형식적으로 ‘일반직무권한’에 포함되는 내용이며, 조 전 청장이 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불법하게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댓글 작업은) 국책사업, 국정 등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홍보하거나, 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며 “조 전 청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지속적해서 여론대응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청장은 정부 정책과 경찰 조직을 옹호하기 위해 경찰관들로 하여금 신분을 숨긴 채 댓글 작성과 트위터 활동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엄격한 위계질서에 의해 피고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경찰관들의 자유를 침해했고 이들은 실제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등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