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하 HUG, 고분양가 통제 수위 낮춰
서울시, 강남권 재건축 단지 민심 달래기 나서

서울 정비사업장에 대해 규제와 통제로 일관했던 정부와 서울시가 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완화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시가 서울 정비사업장에 대한 정책 기조가 강경모드에서 완화로 돌아선 모습이다. HUG는 집값 상승 우려로 고수했던 분양가 통제 수위를 낮췄고, 서울시는 국토부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단지들의 분양일정을 돕는 활동에 들어갔다. 두 기관이 기조를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용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분양가 심사 기준 급선회···개별 단지 특성 고려

14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고분양가 심사 기준에 단지 규모, 입지, 브랜드(시공사 도급 순위) 등 특성을 세분화하도록 심사 기준을 변경했다. 현재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경우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분양 단지가 있으면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의 분양가를 적용한다. 1년 내 인근에서 비슷한 수준의 분양이 없었다면 이전 분양 단지 분양가격의 105% 이내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같은 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지 조건과 단지 규모 등을 반영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단지는 일반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저렴해지거나 반대로 동네 가치보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새로운 심사기준이 시행되면 둔촌주공 등 강남과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크게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장 올 4월에 일반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총 1만203가구·일반분양 4786가구)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아울러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동작구 ‘흑석3구역’ 등 다른 주요 단지도 일반 분양가가 종전보다 올라갈 확률이 높다. 이 기준은 지난 8일 분양보증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서울 정비사업장의 조합들과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던 HUG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가올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대처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분양가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합원들 표심 얻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HUG는 지난달 30일 분양보증 신청 시기도 앞당겼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건축물 철거 이전에도 분양보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기존에는 종전 건축물을 철거한 후에야 분양보증 신청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철거신고 및 철거(6개월), 굴토심의(30일), 착공신고(14일) 등의 행정절차를 건너뛸 수 있게 됐다. 이주·철거가 마무리됐으나 굴토심의에 발목을 잡혔던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13차, 신반포14차 등은 분양보증 신청이 가능해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 ‘정비사업 지원 TF’ 가동···둔촌주공, 개포주공1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 방문 집중

강남권 재건축에 인색했던 서울시도 변했다.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와 ‘정비사업 지원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서울시 내 정비사업장을 방문하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조합을 찾아 현재 부딪힌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고, 일반 분양을 진행해 4월 말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TF의 운영 목적이다. 대상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54개 단지, 약 6만5000가구다. 여기에는 강남 재건축 단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신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함이란 입장이지만,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활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TF는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13·14차를 현장방문한 데 이어 개포주공1단지 등에도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집중 방문하고 있다. 그동안 사이가 냉랭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민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은 워낙 대규모 단지이고 재건축이 되면 투기 수요가 가세해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당분간 인허가를 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단지로부터 빈축을 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단지만 다니는 것 같다”며 “특히 TF활동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집중돼 있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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