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화 어려운 자산에 대한 과도한 레버리지가 사태 키워
TRS 레버리지 사용된 일부 펀드의 경우 전액 손실 처리될 수도
금융당국, 레버리지 목적 TRS 핀셋 규제 들어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촉발된 원인 중 하나는 탐욕이다. 그리고 그 탐욕은 잘못된 레버리지 사용을 통해서 분출됐다. 레버리지는 잘 쓰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묘약이지만, 잘못 쓰면 큰 독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레버리지가 독이 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과욕이 담긴 레버리지로 한국 금융투자업계를 흔든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비롯해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가 쌓여 경고등이 들어온 레포시장, 10배의 레버리지 사용이 가능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에 열린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투자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지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총수익 스와프(Total Return Swap·TRS) 계약이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TRS는 거래 쌍방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보편적으로 쓰이는 거래 방식이지만, 이번 사태처럼 유동성이 떨어지는 투자자산에 TRS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위한 차입)를 일으킨 것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레버리지 사용이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고 있어 TRS를 통한 레버리지 활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TRS 여부 따라 펀드 운명 갈려···일부 펀드는 전액 손실 가능

14일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환매가 중지된 모(母)펀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플루토 FI D-1호’의 순자산가치는 전일 대비 46% 하락한 4606억원 , ‘테티스 2호’는 17% 하락한 1655억원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두 펀드의 평가액이 각각 9373억원, 242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사 이후 가치가 절반 가까이 더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TRS 레버리지를 사용한 자(子)펀드의 경우엔 손실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TRS는 총수익 매도자인 증권사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 매수자인 자산운용사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 이자나 수수료를 받는 거래를 말한다. 이에 따라 계약 종료 시 TRS를 제공한 증권사들은 일반 투자자보다 앞선 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지된 펀드 중에서도 총수익스와프(TRS) 자금이 섞여있는 펀드들의 경우 손실률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표=금융감독원.
라임자산운용은 환매 중지된 펀드 중에서도 총수익스와프(TRS) 자금이 섞여있는 펀드들의 경우 손실률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표=금융감독원.

예컨대 손실률이 50%인 한 펀드의 투자금액이 500억원이라면 투자자들은 250억원의 환매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500억원 중에서 200억원이 TRS 자금이라면, 250억원 중에서 200억원은 증권사에 우선 회수되고 투자자들은 나머지 50억원을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 같은 모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이지만 TRS 계약 유무에 따라 회수받는 금액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TRS를 사용한 ‘라임 AI스타 1.5Y 1호’ ‘라임 AI 스타 1.5Y 2호’ ‘라임 AI 스타 1.5Y 3호’ 등 472억원 규모의 세 펀드는 모(母)펀드 기준가격 조정에 따라 전액 손실이 예상된다. 이들 펀드는 TRS를 사용해 일으킨 레버리지 비율이 100%로, 편입 자산의 가치가 증권사들이 회수할 증거금보다 하락한 상태다. TRS 자금이 녹아 있는 AI프리미엄 펀드 2개(135억원)도 손실률이 최대 마이너스(-) 78%로 추정되고 있다. 

◇ 무리한 TRS 레버리지, 사태 키운 주범 지목···금융당국, 일부 규제키로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TRS를 통한 레버리지가 이번 사태를 키운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메자닌과 같은 대체자산에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부터 리스크가 큰 결정인데, 이를 TRS라는 계약을 통해 끌어오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잘 쓰면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회사 규모도 빠르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는 유동화가 쉽게 이뤄지는 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레버리지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며 “이와는 반대로 유동화가 쉽지 않은 자산에 레버리지를 크게 끌어다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라임자산운용도 자산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레버리지를 축소해서 리스크를 줄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레버리지를 끌어온 방식이 TRS였다는 점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인 차입자금이 펀드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회수된 자금에서 수익증권에 대한 권리만큼 나눠 갖지만 TRS는 증권사에 자금이 우선적으로 회수된 다음 투자자들에게 권리가 돌아간다. 그럼에도 그동안 일부 자산운용사가 TRS를 이용한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경우 주로 TRS가 이용되는데 거래 시간, 거래 수수료, 거래 플로우 등 부담을 증권사가 지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확산의 배경에 TRS를 통한 레버리지가 자리 잡으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목적의 TRS 계약에 대해서는 거래 상대방을 전담 중개 계약을 체결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는 여기저기서 TRS 레버리지를 끌어다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TRS 계약에 따른 레버리지를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펀드자산의 400%)에 명확히 반영하도록 규제한다. TRS 거래 상대방인 증권사가 임의적으로 계약을 조기에 종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태처럼 선순위자(채권자)의 존재로 인한 손실 확대 가능성 등을 투자자에게 고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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