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다수 채용 일정 못 잡아···취업 설명회·박람회도 감감무소식
작년부터 줄어드는 채용 규모에 취준생들 기업끼리 일정 겹칠까 우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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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채용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이미 작년부터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꿔 채용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상반기 채용 일정 변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구직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공개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채용 계획 변동여부’ 조사 결과, 기업 358개사 중 26.5%가 채용 계획을 변경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3.5%가 채용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고 중견기업(28.3%), 중소기업(24.8%)도 마찬가지였다.

구체적으로 ‘채용 일정 자체를 연기한다’는 답변은 64.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면접 단계를 최소화하겠다’는 답변은 22.1%를 차지해 두 번째로 많았다. 그 뒤로는 ▲채용 규모 최소화(18.9%) ▲상반기 채용 취소(12.6%) 등 순이었다.

통상 상반기 채용은 3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채용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달 예정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하거나 채용 계획을 취소하기도 했다.

국내 의류 업체 관계자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 상반기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채용을 취소하고 올해는 한 번만 채용 공고를 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3~4월쯤 상반기 채용을 하게 된다면 손소독제 비치는 물론 대기실 마스크 착용 등을 필수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대학 내 취업설명회도 마찬가지다. 매년 3월 2일 전후로 모집 공고를 내거나 개강 시즌에 맞춰 캠퍼스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던 기업들의 일정에도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3월초 접수를 시작하고 채용 일정은 그 전부터 미리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서울 소재 대학교 한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맞은 1~2월에 기업별 채용 설명회가 매해 개최됐는데 올해는 극소수”라면서 “3월 개강 후 일정이 있긴 한데 이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변동 가능성이 있어 공지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집단 감염 우려로 정부 주관 채용박람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던 ‘2020년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를 연기한다고 했다. 이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일자리위원회를 비롯해 서울·인천·부산·울산·대전시 등 60개 이상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하는 지방공공기관 채용박람회다.

위원회 측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게 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최종적으로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개최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취업준비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채용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는 공지를 내면서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유혜윤(26)씨는 “작년부터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채용 규모가 자꾸 축소되고 있다”면서 “이번엔 코로나19까지 겹쳐 조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씨는 “안그래도 취업난인데 이번 상반기도 줄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이수인(25)씨는 “작년부터 기업들이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뽑고 있는데, 이번에 채용 일정이 연기되면서 기업마다 채용 일정이 겹치게 되면 채용문은 더 좁아진다”면서 “상황이 하루빨리 정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취업지원관은 “아무래도 다수가 한 곳에 모여야 하는 면접, 시험 일정상 코로나19의 우려로 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미루게 되는 것인데 문제시되는 상황을 회피하려는 게 기업 측 입장”이라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진 후에 채용을 하게 되면 구직자들의 우려는 갈수록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대규모 행사나 축제, 시험과 같은 행사를 전면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집단행사 권고지침’을 지난 12일부터 시행했다. 코로나19 우려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나 축제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안전한 방역조치를 행사 진행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중대본은 “중국에서 들어온 뒤 14일이 되지 않았거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시험은 별도로 공간을 분리해 운영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같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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