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감사패 전달···“문제해결 단초 마련”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약속···은행권, 피해배상·협의체 구성 등에 부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키코피해 기업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사진=키코공동대책위원회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예비후보 사무실에서 키코피해 기업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사진=키코공동대책위원회

고위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들이 은행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과거 법무부에 키코 재조사를 요구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은행들의 피해배상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피해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키코 배상 결정을 놓고 장기간 고심 중인 은행들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여당의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자 차기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이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키코사태 배상 문제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은행들이 이를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키코 피해기업, 이낙연 전 총리에 감사패 전달···“책임감 뛰어나신 분” 호평

지난 13일 키코공대위와 피해기업 대표들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낙연 제21대 총선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사무실을 찾아 감사패를 전달했다. 10여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키코사태 피해 배상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자 총리 시절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던 이 전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키코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이 은행의 외환파생상품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사건을 의미한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7년 9월 국회 대정부 질의 자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코사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법무부가 키코사태에 대해 재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그 문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문제인데 대법원 판결에서는 은행 측에서 안내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했다”며 “이 부분이 문제라면 법리를 잘 적용했는지 검토해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오랜 기간 묻혀 있던 키코사태는 금융권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윤석헌 금감원장 체제 하에서 지난해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도출하는데까지 성공했다.

키코공대위 측은 “이낙연 전 총리는 10여년 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피해기업들을 위해 키코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며 “이 전 총리가 키코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하고 금융감독원이 재조사한 결과 은행들의 불법 행위가 드러났고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상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와 키코 피해기업 대표들은 감사패 전달식뿐만 아니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했다. 키코공대위 측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키코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힘을 보탤 것을 피해기업 대표들에게 다짐했다.

조붕구 키코공대위원장은 “이낙연 전 총리는 굉장한 책임감을 갖고 계신분”이라며 “예전에 본인이 직접 하신 말씀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립서비스에 능한 인사들과는 책임의식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헤어진 이후에도 나중에 문자를 통해 ‘자주 만나서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후보 1위’ 유력인사와의 만남···은행권, 심리적 부담 증가

키코공대위와 이 전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은행권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감원 분조위로부터 4개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을 권고받은 6개 은행 중 배상을 최종 결정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나머지 5개 은행(신한, 하나, 대구, 산업, 씨티)은 내달 6일까지 조정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또한 분조위는 4개 기업 외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해서도 11개 은행이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분쟁조정을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은행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자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유력인사다. 은행에 행사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은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떠한 사건의 피해자들이 금융위원장을 만나고 국회위원을 만나고 하는 것은 그 만남 자체에 의미두는 것”이라며 “은행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은행들이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만약 내달 6일까지도 은행의 피해 배상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은행들을 압박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피해 배상을 실시하고 협의체 구성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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