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병, 직무 가중으로 악화됐다면 업무-재해 인과관계 인정 돼”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소나무재선충 방제사업 중 갑자기 숨진 일용직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초질병을 갖고 있더라도 직무의 가중으로 질병이 급격하게 악화한 경우, 업무와 재해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상남도에 거주하던 60대 남성 A씨는 지난 2018년 산림조합에서 실시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사업에 일용직으로 채용돼 근무를 했다.

A씨는 그해 1월 방제작업을 위해 한 야산을 올라가던 중 갑자기 주저앉으면서 쓰러졌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소생하지 못하고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작업 전 이틀간 휴식을 취했고, 작업을 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했다. 망인에게 영향을 줄 만한 돌발적인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내용의 변화가 없다’며 거절했다.

유족은 불복심사까지 거절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헙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하지만, 이 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다고 밝히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등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돼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는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대법원 판례를 설명했다.

이어 “망인은 평소 기초질병으로 협심증 등을 앓고 있었으나,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 방제사업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급성심근경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 즉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 등산로조차 마련되지 않은 가파른 야산을 오르는 높은 강도의 육체적인 업무 등이 겹쳐지게 되었고, 그 결과 협심증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급성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망인의 기초질병이 업무환경 등의 원인으로 급격하게 악화됐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