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취소 여파...스마트폰 업계 영업 대목 사라져
LG전자 MC사업본부, 내년 흑자 전환 목표… 불확실성은 부담

올해 2월은 유난히 썰렁하다. 날씨가 아닌 전자업계 얘기다. 매년 이맘때 줄 잇던 대규모 국내외 전자업계 행사들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국내선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박람회 세미콘은 물론, 한국판 CES, 해외 전시회도 모두 막을 올리지 못 했다. 대기업은 한 해 사업 전략과 포부를 밝힐 자리를, 중소·중견기업은 업체 간 교류의 기회를 잃었다. 업계 동향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행사가 사라져 개인적인 아쉬움도 크다.

스마트폰 업계도 울상이다. 올해 최대 영업 대목이 사라졌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33년 만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0) 개최를 취소했다. 전염병 확산 사태에 주요 업체가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매년 10만명이 몰리는 MWC는 ‘모바일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삼성전자나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MWC를 통해 신제품을 공개한다. 단말 제조사 뿐만 아니라 각국 통신사와 네트워크 장비사, 정부 관계자도 한 자리에 모인다. 각국 사업가들이 모이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이 자리를 빌어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단순 소비자 전시회를 넘어 한 해 장사를 시작하는 사업 교류회에 가깝다는 소리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 포부가 남다른 LG전자는 유독 아쉬움이 클 듯 하다. 올 상반기 매출을 견인할 신제품과 사업 전략을 홍보할 자리가 사라져서다. LG전자는 2010년을 제외하고 2003년 이후 매년 MWC에 꾸준히 참가했다. LG전자에게 MWC는 1년 중 신제품을 각국 시장에 가장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독자적인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여는 삼성전자나 애플과는 사정이 다르다. MWC가 열리기로 했던 유럽은 LG전자가 올해 집중 공략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다만 LG전자는 글로벌 이통사와 사전 약속한 미팅은 진행하고, 추후 동향에 따라 각 해외법인 별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올해는 중요한 해다.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CES2020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턴어라운드를 공언했다. 5년 가까이 이어온 적자 꼬리를 끊겠다는 소리다. 이를 위해 지난해 LG전자는 국내 생산지를 철수하고 외주 생산을 늘리며 원가구조 개선에 힘 쏟았다. 올해는 5G 상용화 시장인 북미, 유럽, 일본 등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지역별 제품군을 재편하면서 마케팅 전략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잘 팔 일만 남은 상황에서 마케팅 변수가 겹쳤다. 

코로나19 확산이 삼킨 스마트폰 업계는 우울하다. LG전자 뿐만 아니라 영업기회를 놓친 대다수 스마트폰 업계에 고루 악재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LG전자의 발 빠른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LG전자는 MWC 취소에 앞서 주요 업체 중 가장 먼저 불참을 결정했다. 스페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임직원의 건강을 우선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는 MWC가 취소되면서 주요 업체보다 선제적 대응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절치부심을 다진 올해 스마트폰 사업 전략도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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