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배분 최소 득표율 3%조항···준연동형 비례제 시행으로 전보다 낮아진 국회 문턱
‘득표율 난관 넘기’ 여부가 소수정당 생존 갈림길

지난 7일 오후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 모의 개표 시연회'에 참석한 선관위 직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4월 15일 국회의원선거 모의 개표 시연회'에 참석한 선관위 직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는 첫 선거를 앞두고 소수 정당들이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 정당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필요한 득표수는 70만 표. 전체 득표율의 3%다.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이 문턱을 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 여성, 청년 등 ‘특정 의제’에 집중해 거대 정당과는 차별화된 선거 전략을 내세워 21대 총선에 임할 예정이다.

◇소수 정당, 생태·여성·청년·플랫폼 등 차별화된 의제 앞세워

환경·생태의 가치를 내세우는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기후 위기 관련 의제를 전면에 앞세울 방침이다. 녹색당은 선거대책본부를 출범하며 ‘기후 위기를 막을 녹색당을 국회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녹색당은 13일 ‘그린 뉴딜’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녹색당은 1차 비례대표 예비후보 7명을 결정한 상태로, 2주 뒤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 순번을 결정할 예정이다. 후보자는 여성 5명, 남성 1명, 성 소수자가 1명이다. 이유진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정당 득표 3%를 넘어 최대 5명가량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등 여성주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여성의당’은 오는 15일 중앙당 발기인대회를 연다. 여성의당은 ‘여성 대표성을 높일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라면서 이번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노린다. 이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성범죄 근절’ 등 젠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시대전환’은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된 ‘플랫폼 정당’을 앞세우고 있다. 플랫폼 정당은 다양한 그룹이 당내에 모여 여러 의제를 유연하게 조합해 정책화하는 방식의 정당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과 전문가가 함께 모여 사회적 문제의 해법을 찾고 제도화하는 ‘솔루션 정치’를 추구한다.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국회 진출, 더 나아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청년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미래당)’은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치교육에 힘쓰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미래는 이번 총선에서 ‘학자금 등 청년 부채 해결’, ‘100년 임대주택’, ‘채용비리 특별법’ 등 청년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 노동당, 기본소득당, 규제개혁당 등 소수 정당들이 국회 입성을 꿈꾸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따르면 2월 13일 등록된 정당은 39개, 창당 준비위는 26개다.

◇국회 문턱 낮아졌지만 3% 봉쇄조항 여전해

다만 소수 정당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정당보다는 소수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쉬운 연동형 비례제가 시행됐지만, 봉쇄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

봉쇄조항은 비례대표제에서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한 정당에만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전국적으로 3%(유권자 70만명) 이상 정당 득표를 해야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지지율이 1% 미만인 소수 정당들의 국회 입성이 녹록지 않은 이유다. 지난 20대 총선 때 2.63%를 얻은 기독자유당을 포함해 0.76%를 득표한 녹색당 등 나머지 소수 정당들은 1%를 채 얻지 못했다.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은 “선거 제도가 바뀌었지만, 봉쇄조항이 여전히 존재해 소수 정당 국회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선거운동 방식에서도 비례후보 중심으로 후보를 내는 소수 정당들은 선거운동 기간 유세에 제약이 많아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소수 정당들은 봉쇄조항 장벽을 넘기 위해 공통된 의제를 앞세워 선거연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녹색당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은 원내 진출을 통해 기본소득 입법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4월 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출한 뒤, 한국사회의 시급한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소득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미래(미래당)도 원내 군소 정당인 정의당과의 연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당은 지난 5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세대교체 등 선거 연대를 논의하기 위해 정의당과 상견례를 가졌다. 오태양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양당이) 시대정신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소수 정당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일종의 다당제가 되어 정당 간의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 정치에서 소외됐던 의제들이나 목소리들이 반영돼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총선의 소수 정당 국회 진출 가능성에 대해 하 대표는 “소수 정당들이 원내에 새로 진입하려면 80만표 가까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성 정당에서 분화된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 중 2, 3개 정도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