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가장 저렴한 곳 12곳 중 4곳 불과···높은 임대료에 업주들 운영 엄두도 못내
석유公 "서울 부지 비싼 비용문제와 여타 토지확보 어려움"

13일 서울 구로구의 알뜰주유소를 찾았다. 입구에 표기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24원이다. 고가를 넘어 방문한 인근 최저가 주유소는 이보다 25원 저렴한 1499원으로 판매돼 '알뜰'이란 수식어가 무색했다.

서울 구로구의 알뜰주유소는 최저가 주유소보다 25원 높았다/ 사진=임지희
서울 구로구의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최저가 주유소보다 25원 높았다. / 사진=임지희기자

비단 구로구에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서울지역 전체 12개 알뜰주유소 중 지역 내에서 가장 저렴한 곳은 4곳(관악·금천·서초·중구)에 불과했다. 나머지 8곳은 지역 내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보다 평균 20원 높았다.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의 유가는 전국 평균보다 약 80원 비싸다. 이론상 알뜰주유소가 가장 필요한 지역이지만 서울지역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녹록치 않은 현실을 토로한다.

◇“더 생겨야 하지만 땅값 비싼 서울에 알뜰주유소 할 생각 쉽게 못 해요”

고가도로에 위치한 양천구 알뜰주유소의 아침 풍경은 사무실을 홀로 지키는 업주의 지친 기색으로 가득했다. “주유소를 30년 동안 운영했지만 산업 전반이 죽으면서 지금은 혼자 일하고 있다”며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는 또 “서울역이나 여의도 주변은 땅값도 땅값이지만 회사원들이 급하니까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서기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대한 아쉬운 심경도 전했다. “제휴카드나 보너스 카드는 결국 카드사 이익추구인 빛 좋은 개살구인데 소비자들은 엄청난 혜택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땅이 몇 평인데 서울에서 하겠어”

구로구 알뜰주유소의 오전 10시 풍경은 스산했다. 우두커니 사무실 밖을 바라보던 업주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주유소는 불친절해도 단가만 싸면 다 온다. 처음 도입 당시 단가 차가 컸는데 지금은 알뜰주유소가 알뜰하지 않으니···”라며 혀를 찼다.

서울지역 알뜰주유소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깊은 한숨으로 답했다. “지방이나 고속도로는 임대료가 싸서 늘 수 있는데 서울은 임대료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정부 지원도 체감이 어렵고 알뜰주유소로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알뜰주유소 운영하는 주변 지인들은 단 10원만 비싸도 직영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어플에 여기가 가장 저렴하다고 나와요. 제휴카드 쓰면 알뜰주유소랑 가격 차가 나나”

이날 정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32·남) 씨는 회사가 위치한 구로구에서 기름값이 가장 싼 직영주유소에 들렀다. 철교 하나 건너 '알뜰주유소'가 있지만 김씨처럼 알뜰주유소를 일부러 찾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어플 하나로 근방 주유소 가격을 비교해 합리적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곳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격 차이가 컸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제휴카드에 보너스 혜택까지 따지면 훨씬 저렴한 곳이 많다”며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적지만 액면가에 불과해 굳이 비싼 임대료 내고 알뜰주유소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알뜰주유소는 정부 주도의 유류 안정화 사업으로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을 막아 저가로 기름을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주변 주유소 가격 하락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서울에 비춰보면 ‘알뜰’의 수식을 붙이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역 내 최저가 주유소가 알뜰주유소가 아닌 경우도 존재해 시장요인으로도 유류가격 안정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서울 부지가 비싼 비용문제와 여타 토지확보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공사 측에서도 지역 편중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세미나 및 컨퍼런스를 추진하며 다각적으로 노력 중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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