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잘 나가나 했는데’···중동 수주, 코로나에 발목 잡히나
  • 길해성 기자(gil@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13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이은 해외수주 잭팟···중동 지역 비중, 전체의 70% 차지
중국 원유 소비 감소, 유가 하락 압력···발주 일정 지연될 수도
“중국업체 공사 지연 시 신뢰도 타격 불가피···국내 건설사 반사이익 기대”
연초부터 해외수주 낭보를 전했던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발주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동 지역에서 연이은 해외수주 잭팟으로 새해를 산뜻하게 출발했던 건설업계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중동 시장의 발주가 또다시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1월 1일~2월 5일 기준)은 100억 달러(약 11조8000억원)를 돌파했다. 작년 한 해 해외건설 수주액(223억 달러)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한 달 만에 달성한 것이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배, 과거 5년 평균 대비 2.7배 늘어났다. 수주액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중동 발주 물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주요 계약 사업 6개 중 4개는 중동 지역에서 나왔다. 세부적으로는 ▲파나마 메트로(현대건설 컨소시엄·25억 달러) ▲사우디 하위야 우나이자 정유공장(삼성엔지니어링·19억 달러)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공항(삼성물산·16억6000만 달러) ▲알제리 하시메사우드 정유 프로젝트(삼성엔지니어링·16억6000만 달러)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현대건설·10억6000만 달러) ▲알제리 오마쉐 복합화력발전소(현대건설·7억3000만 달러) 등이다.

통계로 살펴보면 중동 시장의 호조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해외건설협회 지역별 계약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2월 13일까지 전체 해외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수주액의 70%가 중동 물량이다. 중동 지역 수주액은 지난해 2억929만 달러에서 올해 57억4922만 달러로 1년 새 27배 뛰었다. 알제리가 23억922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사우디아라비아(18억4122만 달러), 카타르(14억6649만 달러), 카타르(14억6649만 달러) 순이었다.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정통 해외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시장이 살아남에 따라 지난해 수주 부진을 말끔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수주액 30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하지만 코로나19의 등장은 회복세를 보였던 중동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발주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지난 4일 올해 최저치인 배럴당 49.6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유가 급락을 막기 위해 하루 평균 50만~100만 배럴의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50달러선을 가까스로 회복한 상황이다. 하지만 OPEC에서 “석유 시장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올해 초반에 한정되지 않고 2020년 내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함에 따라 국제유가 하방 압력 리스크는 여전한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 지역 플랜트 발주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종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단기간에 잡히지 않고, 해당 이슈가 장기화한다면 글로벌 원유 수급 및 플랜트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의 원유 소비가 감소하면서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결국 중동 각 국가 재정에 밀접한 영향을 미쳐 발주 일정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코로나 사태가 국내 건설사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6%에서 현재 30%까지 증가했다. 특히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 건설 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인의 출입에 제한이 생기면서 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란과 이라크에선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 중인 100여명의 CPECC(중국석유공정건설공사) 직원들이 지난 춘절 중국에 방문한 이후 사실상 입국을 제한했고, UAE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한발 항공 일정을 전면 취소한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납기를 못 맞추고 공사가 지연되는 것은 시장 ‘신뢰도’에 치명적이다”며 “이 경우 국내 건설사이나 다른 나라의 경쟁사들이 향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해성 기자
금융투자부
길해성 기자
gil@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