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용품 확보한 기업만 조업 재개 방침···대부분 ‘재택근무, 무급휴직’ 택해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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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업무를 재개하는 기업들에게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기업들이 방역용품 확보에 분주하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중국 전역에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은 직접 마스크를 생산하거나 무급휴직을 권하고 있다. 노동력, 마스크 등의 부족으로 중국 기업의 정상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춘절(중국 설) 연휴를 최대 13일까지 연장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는 데 애쓰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달 1일부터 “모든 국민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외출을 가급적 하지 말고, 인구 밀집지역에도 가지 말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방역용품을 확보한 기업은 조업을 재개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대부분의 지역은 외출 금지령이 내려지고, 통행증·증명서가 없는 경우 외출 자체가 힘들어 기업들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업무를 재개한 상태다. 춘절 연휴로 타지에 갔다가 일터가 있는 지역으로 복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특히 중국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대다수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지난 11일 “업무 재개 후 기업에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재휴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맞물린다.

우선 기업들은 보름정도 지연된 업무를 재개하는 게 시급하다. 이로써 기업들은 방역용품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온·오프라인의 품절사태부터 급등한 가격에 구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중국 정부는 온·오프라인의 방역용품 불공정 거래 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스크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선 마스크, 손소독제 등 대부분의 방역용품이 품절된 지 오래고, 이마저도 한 사람당 구매 횟수가 1개 등으로 한정돼 있다.

웨이보(Weibo·중국 SNS)에선 “마스크가 200개밖에 없어 생산 재개를 위한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것 같다”, “9일부터 지금까지 회사에서 계속 휴업 통지를 보내고 있다”, “마스크 확보하기 어렵다” 등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중국 기업이 직접 마스크 생산을 하고 있다. / 사진=웨이보 갈무리
일부 중국 기업이 직접 마스크 생산을 하고 있다. / 사진=웨이보 갈무리

중국 랴오닝성 회사에 다니는 김성현(48)씨는 “업무 재개를 위해 정부 승인을 받으려면 마스크, 소독제, 체온계 등을 배치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한국에 일정이 있어서 귀국한 상태인데, 회사에 마스크가 부족해 업무를 시작할 수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다시 중국에 돌아가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차피 지금 돌아가도 14일정도 격리해야 해서 진퇴양난이다”라며 “마스크라도 구매해 두려고 했더니 한국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중국에 돌아가는 것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자택에서 근무하거나 무급휴직을 권하는 회사도 많다. 중국 정부가 외출 금지령을 내리면서 주택별로 이틀에 한 번 한 명만 외출 가능하고, 통행증·증명서가 없으면 아예 외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 차이나데일리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어웨이가 설문조사한 결과 베이징에 있는 직장인 중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춘절 연휴를 마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에 직접 출근한다는 사람은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16.7%는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출퇴근 혼잡 시간을 피할 수 있게 했다고 답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텅안니(25)씨는 “회사 업무가 시작됐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라며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외출 자체도 꺼리는 상황이라 회사에서 서류 등을 들고 와 집에서 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은 무조건 온라인 배달로 주문하고 있다”면서 “보름 가까이 밖에 나가지 않은 친구도 있다”고 했다.

루정웨이 흥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 환구시보를 통해 도시와 도로 봉쇄로 인한 타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부양책은 재정 확대나 통화 완화가 아닌 바이러스 통제 조치를 하면서 빨리 업무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경제활동 회복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안전하게 업무를 재개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춘 궈타이쥔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같은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기업들이 조업을 재개해도 공급문제 등으로 공장을 풀로 가동하기까지는 1~2달이 더 걸릴 것”이라며 코로나19가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2%포인트를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공급 측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 공급체인과 수출채널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는 중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해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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