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등 기밀 문건 10여건 법원행정처에 전달 혐의
법원 “공무상 비밀 아니고 내부 보고 범위”···유해용도 1심 무죄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 3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상부에 보고한 문건들이 사법행정상 필요하거나, 사법신뢰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보고로 용인될 범위에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사법연수원 19기)·조의연(24기)·성창호(25기)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영장 사건기록을 통해 검찰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한 뒤 10여건의 기밀문건을 임종헌(16기)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법원 자체조사와 이를 토대로 한 검찰 수사 등에 따르면 신 부장판사는 2016년 당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최유정 변호사(부장판사 출신)가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의 수사 기밀을 조·성 영장판사들로부터 넘겨받아 법원행정처에 유출했다. 또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건네준 정황도 포착됐다.

기소 당시 이들에게는 상부의 재판 개입 지시를 받고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법관들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판사는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부당한 조직 보호를 위해 수사 기밀을 수집해 보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수사 확대를 저지할 목적을 갖고 검찰을 압박할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기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 부장판사가 상세한 보고를 요청하자 (조·성 판사가) 응한 정황은 있으나, 영장재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기로 공모한 정황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당시 법원행정처로 넘어간 자료들이 사법행정상 필요나 사법신뢰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보고로 용인될 범위에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재판을 마친 후 신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힌 후 법정을 나섰다.

현재까지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들이 모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19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김영재·박채윤 부부 측의 특허분쟁 재판과 관련한 문건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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