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온 요인으로 바이러스 생존기간 단축되고 활동력 약화”
“기온 요인만으로는 코로나19 종식 어렵다” 전망도···시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 제기

13일 서울 동대문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의료진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동대문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의료진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향후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질지 주목된다. 다수 전문가는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생존기간이 단축되고 활동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3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28명이다. 이틀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섣부르게 제기하지만, 향후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경우 향후 기온이 올라가면 확산 자체가 주춤해지고 여름에는 완전하게 소멸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그(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4월에는 사라질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말해 열기가 이러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언급해 주목 받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발생하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바이러스에 포함된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전체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대부분은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기온과 햇빛 등 외부 환경조건이 중요한데, 바이러스는 햇빛에 대부분 약한 것이 과학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가면 더욱 왕성해지는 바이러스도 있다. 말라리아를 발생시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고온을 좋아한다. 지카바이러스도 동일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활동성이 떨어진다”며 “습도도 작용해 바이러스 생명력을 낮추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습도가 높으면 기온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활동력을 주춤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스와 메르스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응용과 환경 미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4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최장 28일간 생존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20도, 40도로 올라가자 불활성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실제 지난 2002년 12월 처음 등장한 사스는 이듬해 여름인 7월 소멸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 2015년 큰 유행을 일으키며 한국에서만 38명 사망자를 기록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분석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에 따르면 고온과 높은 자외선지수가 메르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2015년 5월 시작돼 그해 겨울인 12월 종식된 메르스는 사스와는 다소 양상이 달랐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생, 학자들의 활발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종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천은미 교수는 “과거 사스 때와 비슷한 패턴, 즉 고온일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활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예상된다”면서도 “3월은 돼야 전반적 추세를 알 수 있다”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온과 습도 요인에 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생존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람 간 감염을 차단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단순히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감염병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온이 올라가면 코로나19 활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며 “여름이 오기 전 국내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이 개인적 희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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