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포스코에 이어 현대차그룹도 전자투표 제도 도입···코로나19 영향도 불가피
한진그룹, 작년과 달리 거부 명분 마땅치 않아···“전자투표 도입, 조원태 회장에게도 부정적 이슈 아냐”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포스코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전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들이 주주 권익 향상을 이유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진그룹 역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이 제안한 전자투표 도입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오는 3월 진행되는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3자 연합 중 KCGI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 및 한진 이사들을 상대로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한진그룹은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0일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부-항공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그룹 내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 역시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선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선 올해는 한진그룹이 전자투표 도입 거부와 함께 내세울 명분이 마땅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일단 전자투표를 대하는 재계 반응이 달라졌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삼성, 포스코, 현대차그룹 전 상장 계열사 등은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도입 이유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함이다.

코로나19도 변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여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전자투표 위임장 이용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전자투표제 도입 후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수수료 면제는 올해가 처음이다. 예탁원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기 주총 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KCGI 전자투표 제도 도입 요청에 대해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KCGI는 지난해 주총을 앞둔 2월7일,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KCGI는 한진칼 이사회에 ‘다음달 개최 예정인 한진칼 및 한진 정기 주총 및 이후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전자투표 도입이 마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표가 경영권 분쟁 결과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아 충분히 시간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전자투표 도입 기한까진 여유가 있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 소집은 주총일 2주 전까지 통지하면 된다. 전자투표 도입 여부 또한 소집통지와 함께 주주들에게 알리면 된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총 예상 일정은 오는 3월27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올해 전자투표 도입을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조 회장 측에서도 이를 거부하게 되면 국민연금 등 소액주주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 등 3자 연합은 이번 주 내로 한진칼 이사회에 5명의 사내 및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모 공고’를 내고 한진칼 주식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이사 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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