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60달러 넘나들던 WTI 올들어 20% 넘게 하락
하락 추세 지속되면 일부 투자자 조기상환 기회 사라져
산유국 추가감산, 원유 소비회복 등 반전 가능성도 존재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올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 그래프=시사저널e.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올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 그래프=시사저널e.

국제 유가가 올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원유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유가 상승기 때 투자한 투자자들의 경우 조기 상환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다만 손실 구간에 아직 진입하지 않았고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기대감, 원유 소비 회복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상황이 반전될 여지도 존재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올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간) 배럴당 49.57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달 6일 배럴당 63.27달러에서 21.6% 하락한 수치다. 브렌트유 역시 같은 기간 22.6% 내리며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영향이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갈등 고조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이슈에 원유 수요가 다시금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발생하면서 유가가 급속도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안정을 기대하던 DLS 투자자들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DLS는 6개월 단위의 조기상환 옵션이 포함된 구조가 많다. 향후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DLS가 조기상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하락세를 보일 경우 조기상환이 되지 않아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 최근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DLS 발행액(공모 기준)은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부터 국제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17일까지 4182억원 가량 발행됐다. 특히 WTI가 배럴당 60달러 선이 넘어선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는 117억원어치의 DLS가 발행됐다. 원유 관련 DLS의 경우 통상 최초 조기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를 넘어서면 조기상환이 이뤄지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이들의 첫 번째 조기상환 기회는 사라진다.

다만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도 존재해 조기상환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감염이 줄게되면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수요가 기지개를 켜면서 국제 유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이에 이미 지난 12일 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5%(1.23달러) 상승한 51.17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반등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된 DLS를 살펴보면 녹인(Knock-in.손실가능구간 진입) 레벨이 50~55% 수준에 많은 자금이 몰려있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손실 우려는 크지 않다”며 “다만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일부 조기상환이 되지 않는 경우는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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