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상호금융·보험사도 농가소득에 영향···업황 악화 극복 위한 대책 필요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이후 연일 현장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취임식 대신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강원 홍천군의농촌 현장을 방문해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민선 회장 시대가 열린 이후 회장 취임식이 현장 활동으로 대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 6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업에 큰 타격을 입은 충북 화훼농가를 찾아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같은날 충북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방문해 현장직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행보는 농민과 현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평소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서도 “대한민국의 발전에 농업, 농촌, 농민의 뒷받침은 절대적이었다”며 “이제는 그 희생과 헌신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철학은 후보자 시절 선보인 공약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회장이 농가소득 향상을 목표로 내세운 ▲농업인 월급제·퇴직금제 도입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4개년 추진방안 ▲농축산물유통구조 혁신 ▲디지털농협구축 등의 공약은 모두 농가 현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이 회장이 보여준 농가, 현장 중심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사업과 함께 농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사업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의 다른 공약에 비해 금융 관련 공약은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조합 금융점포 현대화 지원, 농축협 점포 환경개선, 금융점포 컨설팅 지원 등의 단순 지원 공약은 금융사업 혁신을 요구하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농협의 금융사업은 농가소득과 무관하지 않다. 농민들은 은행과 상호금융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원받고 때로는 증권사를 통해 금융소득을 창출하기도 한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상품들도 농민들의 가계를 든든히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올해 은행과 상호금융, 보험사 등 모든 금융사들은 업황 악화로 인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악화는 고스란히 금융지원 축소,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농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서도 금융사업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회장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 “공약사항과 지금까지 함께한 후보들의 공약도 받아들여 협동조합이 올곧게 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금융사업 혁신 공약은 다소 미흡했을지라도 다른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는 금융지주 조합공개, 농협금융 글로벌 진출 확대, 상호금융 예치금리 조정위원회 운영 등 혁신적인 공약 등이 다수 있다. 농업 현장과 함께 금융사업 혁신 공약도 함께 돌아보는 회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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