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조5000억원 벤처펀드 조성···창업 단계별 지원 스타트업 펀드·유니콘 점프업 펀드로 세분화
업계 “유니콘 키워내기에 자금·경험 부족한 국내 VC 마중물 될까” 기대

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000억원의 예산을 모태펀드에 출자해 2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에 나선다. 창업 단계별로 지원하는 펀드 외에도 유니콘 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펀드가 신설된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업계는 국내 민간 투자사의 질적 성장에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10개 부처가 역대 최대 규모인 예산 1조1065억원과 회수 재원 191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975억원을 모태벤처펀드에 출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는 출자금액 1조2975억원 중 1조2080억원에 대한 출자 내용이 공고됐다. 미공고된 895억원(특허청 등)은 3월 이후 별도 공고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중기부는 역대 최고인 본예산 8000억원과 회수 재원 1000억원으로 구성된 9000억원을 출자해 1조87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혁신기업의 창업 단계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펀드’와 예비 유니콘 혁신기업의 도약 단계를 지원하는 ‘점프업 펀드’다.

표=조현경 디자이너
/ 표=조현경 디자이너

먼저 스타트업 펀드에 5200억원이 출자돼 9200억원 규모가 조성된다. 특히 창업 초기(4800억원), 청년창업(1100억원) 펀드가 대규모로 조성된다.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큰 창업 초기 기업 등에 대해 정부가 주도해 투자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재부품장비 펀드도 1100억원 규모로 처음 조성된다. 이 중 600억원은 벤처캐피탈이 투자대상을 사전에 확보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로 조성된다. 수입 대체 효과가 입증되거나 수출 등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우수기업 등을 벤처캐피탈이 사전에 발굴하고 펀드를 조성할 때 모태펀드가 1:1로 이를 매칭한다.

나머지 500억원은 일반적인 형태의 펀드(선 펀드 조성, 후 투자 대상 지정)로 조성한다. 특히 이번에 조성되는 펀드는 ’소부장 강소기업 100‘ ’소부장 스타트업 100‘ 등 정부가 선정한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되도록 의무심사 조건(해당 기업이 신청하면 최우선적으로 심사 의무)이 설정된다.

규제 샌드박스 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신규 도입한다. 이 펀드는 규제 샌드박스 4법을 통해 규제 특례를 받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규제자유특구 지정 구역에서 지정 업종을 하고 있는 기업도 대상에 포함된다.

R&D(연구개발) 매칭 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처음 도입한다. 벤처캐피탈이 발굴하고 투자한 R&D 수행 기업에 동일한 조건으로 1:1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기존 제품을 일부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술‧제품을 생산하는 도전적 R&D 수행 기업이 중점 투자 대상이다.

그 밖에도 여성(200억원), 지방(350억원), 소셜임팩트(350억원), 기술지주(300억원) 펀드 조성을 통해 투자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도 지속한다.

점프업 펀드에는 3800억원이 출자돼 95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다. 혁신기업의 도약 단계를 지원하는 점프업 펀드는 규모에 따라 Ⅰ단계와 Ⅱ단계로 구분하며, Ⅰ단계는 펀드 당 700억원 내외 규모로, Ⅱ단계는 1200억원 이상 규모로 조성한다.

점프업Ⅰ단계 펀드는 혁신성장 3000억원, 인수합병(M&A) 4000억원을 조성한다. 먼저 혁신성장 펀드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각광받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BIG3 분야 기술진보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점프업 Ⅱ단계 스케일업 전용 펀드는 2500억원 규모로 조성하며, 기업당 평균 투자금액을 50억원으로 설정한다. 최우량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모태펀드는 민간자금을 벤처투자로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위해 2005년 출범 이후 15년간 총 24조8617억원을 조성해 6035개 창업‧벤처기업에 18조1753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4조3000억원 달성에도 모태펀드가 영향을 줬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모태펀드를 통해 공급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최근 벤처투자 성장 동력이 지속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으로 벤처투자 제도가 완비되는 만큼, 모태펀드 마중물 역할을 통해 벤처 4대 강국으로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예비 유니콘 기업 줄줄이···실리콘밸리 VC처럼 국내 VC도 유니콘 키워내나

한편 이번 모태펀드 출자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유니콘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점프업 펀드는 올해 처음으로 조성되는 펀드다. 중기부는 시리즈 C단계 이상 투자를 유치 중인 스타트업들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기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는 스마트스터디(핑크퐁),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뤼이드(산타토익), 마이리얼트립, 바로고, 스타일쉐어, 아젠컴, 엔젠바이오, 오티디코퍼레이션, 원티드랩, 웨딩북, 이티에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피엔에이치테크 등 총 14개사다.

그동안 스타트업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 탄생의 장애물로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의 자금‧경험 부족을 꼽았다. 국내 VC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나 해외 VC와 다르게 대규모 투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스타트업업계는 모태펀드 확대가 민간 투자 시장을 더 활발하게 해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 11개 중 9개가 모태펀드 자펀드를 통해 탄생했다. 9개 유니콘에 대한 모태 자펀드 투자총액 1114억원, 회수 원금 316억원, 회수액 5173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원금 대비 16.4배를 회수한 셈이다.

한 VC업계 투자심사역은 “국내 VC들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리즈A 투자에 몰려 있다. 시리즈C 이상 대규모 투자를 할 자금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초기 투자와 스케일업 투자는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VC가 소극적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 탄생을 위해서는 확대된 모태펀드를 활용해 민간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예비 유니콘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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