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4주 이내 개강연기 권고···20일 전후로 6만여명 中유학생 입국
中대학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학사일정 공지 안한 대학도 많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에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개강 연기 안내문과 신종코로나 예방 수칙이 붙어있다.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6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에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개강 연기 안내문과 신종코로나 예방 수칙이 붙어있다.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대학가에도 번졌다. 한국과 중국은 대학 개강 일정을 연기하고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양국 유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일 각 대학에 4주 이내 개강연기를 권고했다. 대학들은 각각 1주~2주 개강을 미룬 상황이다. 특히 교육부는 중국에서 입국하는 학생들을 특별입국절차에 따라 입국 후 14일간 격리 지침을 내렸지만, 새학기를 맞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은 중국 유학생들의 입국은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중국인 학생은 총 7만1067명으로 가장 많다. 총 유학생 16만165명 가운데 44.4%에 해당되고, 두 번째인 베트남(3만7426명)보다 약 2배 많다.

상당수 중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대학가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대학생 박지연(24)씨는 “대학 개강 일정이 미뤄져서 마음은 놓이지만 개강 맞아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오면 걱정은 될 듯 하다”면서 “SNS나 유튜브 보면 신종코로나 관련 공포를 조장하는 게 많아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정지형(23)씨는 “아직 학교 근처에는 확진자가 없어서 안심이 되지만 입학·졸업식도 취소되다보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고 덧붙였다.

◇中대학 개강 미루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학사일정 미확정에 불편함 가중

중국 대학가도 우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 11일 “학교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면서 “교사들은 모든 수업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학사 일정에 문제 없도록 하라”고 밝혔다.

통상 중국 대학은 매년 오는 17일 전후로 개강한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중국 주요 대학은 정식 개강을 5월로 미루고 3월과 4월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수업 방식이나 평가 방법은 공지하지 않고, 대학에 문의해도 기다리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태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인민대는 잠정적인 개강일 조차 정하지 않았다.

/사진=중국 인민대학교 홈페이지 공지
/사진=중국 인민대학교 홈페이지 개강 연기 공지

이로써 한인 유학생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개강 등 학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기약 없이 학교 측 공지를 기다려야 하고, 중국에 가더라도 기숙사 출입 금지로 사실상 머물 곳조차 없기 때문이다.

중국 대학은 한국보다 겨울방학이 짧아 중국에서 방학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다만 베이징·칭화·인민대 등은 한국 유학생들의 기숙사 출입을 잠정 금지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는 지난 1일 “베이징시 밖에 있는 학생들은 학교 허락 없이 베이징 출입을 금지한다”면서 “시내에 있더라도 학교 밖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공지했다.

여기에 일부 중국 대학을 중심으로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면 대 면으로 이뤄지던 휴·복학 신청 등 행정 처리도 유선·온라인으로 전환해 유학생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대학에 재학 중인 박유나(28)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고 개강에 맞춰 비행기표도 사 둔 상태인데 공지가 뜨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휴학신청도 온라인 신청은 안 되고, 담당자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해 결국 학교에 가야할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 유학생은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한 번도 해본적 없어서 잘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학교에서도 개강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함께 대학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조율 중이다. 개학을 앞두고 대학 내 방역 비용과 중국인 유학생에 대응하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교육부는 학기 중인 어학연수생(9326명)을 제외한 87%(6만1741명)의 상당수가 오는 20일 전후로 입국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에 기숙사 등에서 자율 격리를 실시하되 공간이 부족할 경우 대학연수원 등을 활용하고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지원과 관련해 내부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가급적 신속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학에 배포하고 이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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