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서 입장차만 확인···별도 합의기구 논의두고 이견
‘현역프리미엄’ 염두한 ‘의도된 신경전’ 비판···선관위 등 유관기관 이관 주장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4‧15 총선을 약 두 달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습이지만, 선거구획정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칙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교섭단체 여야 원내대표가 지정한 의원들로 구성된 별도 협의기구를 통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선거구획정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모습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선거의 ‘이해당사자’인 현직의원들이 이른바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선거구획정 문제를 포함한 ‘선거 룰(rule)’을 국회가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이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인영(민주당)‧심재철(한국당) 등 여야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선거구획정 문제였다. 이들은 회동에서 선거구획정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여야 원내대표는 이견만 확인할 뿐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앞서서도 여야는 신경전을 펼쳤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추종 세력과 야합해 선거법을 멋대로 날치기 처리했지만, 선거구획정은 반드시 합의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특정 지역, 여당에만 유리한 선거구획정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 선거 시 자신의 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통해 한국당의 강세 지역을 억지로 분할하거나 자당(自黨)이 유리한 지역을 결합하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일방적’ 선거구획정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돼선 안 되고, 별도 협의기구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입장이다. 선거구획정은 야당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한국당의 요구처럼 별도 협의기구에서 논의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게리멘더링은 오히려 한국당이 꾀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박명재(포항남·울릉) 등 한국당 의원의 경북 지역구가 조정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한국당이 별도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선거구획정 문제가 논의될 경우 한국당 내에서 이른바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가 조정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당이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태를 민주당에 뒤집어 씌우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 진영이 통합과 함께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정치’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구획정과 관련 여야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사실상 현역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후보자들의 보폭을 제한하기 위해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이른바 ‘짜고 치는 판’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지역구 확정) 제1항에서는 ‘국회는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24조(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제11항에서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제25조제1항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5일까지 선거구획정을 결론 내렸어야 하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지난 선거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 후에도 선거구획정 논의는 지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행태를 볼 때 여야가 실제로 선거구획정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의심된다는 것이 비판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가장 많은 인구 지역구와 가장 적은 인구 지역구 편차 허용범위(2대1), 선거구 하한 인구(13만6565명), 선거구 상한 인구(27만3129명) 등 선거구획정 기준이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실익 없는 정쟁을 이어가며 선거구획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한다.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예비후보자는 “선거구획정은 현역의원도 적용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우월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구획정 문제는 물론이고, 선거 룰(rule) 전반에 대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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