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계 완성 중 2단계 초에 머물러···정부 지원·다양한 기관 협력이 과제

조선 3사 주도로 스마트선박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사진=셔터스톡
조선 3사 주도로 스마트선박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 사진=셔터스톡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주도로 스마트선박 개발이 활발하게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스마트 제조 역량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는 취약점이 한계로 꼽힌다. 향후 스마트선박은 선원 부족, 해상환경규제 강화 등 조선업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과제로 평가받는 만큼, 정부 주도 지원과 다양한 기관의 협력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독자 모델 엔진인 힘센 엔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선박 운전 최적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연료비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부터 노르웨이 선급인 DNV GL과 원격 지원, 승선 인력 감축을 위한 스마트선박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통신사 SK텔레콤과 손잡고 5G 기반 자율운항 선박 테스트 플랫폼을 구축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9월 현대 LNG해운과 스마트선박 기술 개발 협약을 맺고 올 상반기 중 '스마트 LNG 운반선'을 운항한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운반선 운항 데이터 수집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한국과 선박 수주 1위를 다투는 중국은 국가 주도로 ‘제조강국 2025’를 추진하며 스마트조선 관련 산업을 진행 중이다. 선박 건조 기간·비용 등 선박 건조 효율에서는 비교적 열세지만 공정 스마트화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로봇을 생산 라인에 도입해 작업 주기가 50% 단축되고 용접 자재 소모율은 30%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행보를 보이는 중국의 스마트선박은 향후 조선업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넘볼 것으로 점쳐진다.

스마트선박은 자동화 단계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다. 자체적 판단과 제어는 4단계 수준에서 가능한데, 현재 국내 평균 스마트화 수준은 약 2단계 초반이다. 설비 자동화 수준이 1점대로 건조 작업 대부분이 수작업에 의존해 있고 일부 기계화된 부분도 작업자의 지식 노동이 개입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수작업에 의존해 작업 시간 지연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내 스마트 제조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선박은 스마트 제조 기술을 포함한 산업 특성을 보여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조선학회 미래연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제조 기술 역량은 상당 부분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마트 제조 기술은 매년 유엔 공업개발기구가 발표하는 제조업경쟁력지표(CIP)에서 취약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정현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스마트 제조 역량이 부족하면 스마트선박뿐만 아니라 조선소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는 스마트 제조 기술 중 애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플랫폼은 초기 단계이거나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고 세부 장비 개발에 사용되는 센서나 제어 시스템은 일본·미국 등에서 전량 수입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스마트 제조 역량을 키우면 조선소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모든 제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스마트선박 수준 향상을 위해 자동화·지능화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조선소 및 유관 협력사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선박에 정부 주도의 지원과 중소 조선사, 기자재 업체 등의 다양한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이미 국가 주도로 다양한 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 개발이 진행 중이다”며 “법규, 제도, 보험 산정, 금융기관, 비즈니스 모델 등 비공학적인 부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가 주도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단일 프로젝트로 국가가 시험 해협을 선정해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선사들과 협력하는 경우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원활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체계에서 비효율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업 최상위 시장을 스마트선박이 점유하는 만큼, 경쟁력 확보가 국내 조선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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