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특성상 저금리 대출 지원 축소 어려워···대손충당금 매년 증가
수익성 악화로 이자이익은 1.3%만 증가···높은 NIM은 카드 사업의 영향

IBK기업은행/사진=연합뉴스
IBK기업은행/사진=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의 실적이 여러 부분에서 시장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기업은행은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수익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순익 감소가 나타난 것은 기업은행의 특성상 많이 요구되는 대손충당금 규모에 비해 이자이익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자이익 부진에도 순이자마진(NIM)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게 산출된 것은 신용카드 사업 유무 등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별도 기준)은 지난해 총 1조40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1조5110억원)에 비해 7.2% 감소한 수치로 현재까지 실적이 발표된 주요 은행들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각각 5조2759억원과 5617억원으로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31%, 5.68%씩 증가했다. 하지만 충당금 전입액이 2018년 1조5110억원에서 지난해 1조6249억원으로 7.5%(1139억원) 늘어남에 따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지난해 실적 악화의 원인을 대손충당금만으로 규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으로 그 특성상 매년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고 있다. 오히려 충당금 확대폭은 2018년이 15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많았지만 당시 기업은행은 15%에 달하는 순익 개선을 이뤄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책은행 특성상 대출 지원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늘어난 것”이라며 “과도한 충당금 때문에 실적이 악화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 규모를 전입한 것이지 건전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충당금을 늘린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직접적인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대손충당금 증가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자이익 증가율이 1.31%를 기록하며 그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율은 각각 5.1%, 4.3%를 기록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이자이익도 2.2%, 3.1%씩 늘어났다.

자료=IBK기업은행/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IBK기업은행/표=이다인 디자이너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 지표도 실제 은행 영업 현황과는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4분기 기업은행의 NIM은 1.74%로 4대 시중은행보다 적게는 0.06%포인트, 많게는 0.37%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를 기준으로 해도 기업은행의 NIM은 1.83%로 국민은행(1.67%), 신한은행(1.54%), 우리은행(1.44%)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NIM을 산출하는 데 포함되는 구성 요소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드사가 따로 분사돼 있는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기업은행은 카드 사업도 은행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NIM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카드와 합쳐서 계산할 경우 지난해 NIM이 1.54%에서 2.0%로 상승하며 우리은행도 1.44%에서 1.70%로 높아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순이자마진이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이긴 하지만 은행 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며 “순이자마진이 타행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카드 사업 등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국면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저금리 대출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국책은행의 특성상 불가능하다”며 “급격한 시장금리 하락이 수익성악화로 직결돼 순익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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