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국면 우려에 불황 극복 의지 보이던 업체들도 예의주시
“불확실성 확대로 선박 발주 늦춰질 수도”···“물동량 감소, 이미 현실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아시아·북미·유럽·호주 등으로 전염됐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중국과 연계성이 큰 국내의 경우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본격 부활을 예고했던 조선·해운업계에도 파급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주요 조선사와 해운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중국 발주 물량이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 영향이 작을 것으로 내다봤고, 중국을 핵심 거점으로 두고 있는 해운사들 역시 즉각적인 문제점이 나타나진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다방면에서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의 춘절 연휴가 끝남에 따라 부작용들이 속속 가시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부산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에 조선 기자재를 수출하는 제조사들이 중국 등으로부터 납품 지연을 요구받고, 이로 인해 창고 적재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관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과 거래하는 조선 기자재 업체들만이 신종 코로나의 여파를 즉각적으로 마주하게 됐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국내뿐 아니라 대형 조선사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선박 발주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조선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올해는 조선업계의 부활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강력한 환경 규제책인 ‘IMO 2020’이 올해부터 시행됐고,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늦춰졌던 선박 발주가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카타르 프로젝트’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 10조원에 달하는 LNG운반선 40척을 비롯해 노후 교체 선박 등 총 100척에 달하는 발주를 준비 중이다.

이 관계자는 “3~4월경부터 해당 수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졌는데,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발주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관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수혜가 확실시되지만, 불확실성에 민감한 선주들 특성상 연기될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당초 계획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당장보다는 장기화됐을 때 우려할 만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 때는) 물동량 감소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현지 직원들의 가족을 복귀시키고, 남아 있는 직원들의 경우 재택근무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 중이다”고 시사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흑자 개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적자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가 시작하는 4월부터 디 얼라이언스 활동이 본격화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주요 항로에 투입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3분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당시 배 사장은 올 매출을 전년보다 25% 이상 신장시킬 예정이며, 지속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더불어 한진해운 사태 이후 신뢰도가 하락한 한국 해운산업의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계획과 포부가 나온 지 며칠 만에 신종 코로나 사태가 촉발됐다. 이번 사태는 현대상선과 배 사장의 계획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은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해운사들의 핵심 노선”이라면서 “양국 간 물동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가운데, 바이러스가 북미·유럽·호주 등으로 확산되면서 이곳들과 중국의 물동량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됐을 땐 이웃 나라인 한국과의 거래도 꺼리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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