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폐회 앞둬···청구간소화 법안 결국 해 넘길 듯
“금융위, 청구간소화 적극 추진한다더니”···보험업계 ‘불만’

주요 손해보험사 순이익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요 손해보험사 순이익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손해보험사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손보사의 손해율 급증 및 수익성 하락 등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결과다. 당기순이익 감소뿐만 아니라 일부 보험사는 적자 전환되면서 손보업계의 실적 한파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어 손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478억원으로 전년(1조707억원)보다 39.5% 급감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2691억원으로 전년(3735억원) 대비 27.9% 하락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DB손보 역시 지난해 3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전년보다 27.9% 감소했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적자에 접어들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27억원을 기록하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으며, 한화손보도 지난해 69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주요 손보사들 중에서 순익이 증가한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결국 지난해 손보사들의 보험요율 인상 요인으로 내걸었던 실적 악화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손보업계는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관리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도입해달라고 계속해서 정부에 요청해왔지만 결국 해를 넘어서도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손보사들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 가까이 치솟자 14% 이상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폭을 줄이는 대신 손보사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이었다.

지난해 12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에서 “올해 중 실손보험의 구조 개편과 청구 간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10% 미만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해를 넘어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문제는 20대 국회가 회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2월 중 마지막 임시국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국회 문턱을 높지 못하고 폐회와 함께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손보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전제로 보험료율을 한자릿수대로 합의했던 것”이라며 “인상폭만 줄었을 뿐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눈에 보이는 부분이 없다. 결국 청구 간소화법이 또 해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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