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보광동 신동아파밀리에, 전면 철거 후 신축 위한 촉진계획변경인가 ‘잰걸음’
한남4구역 내 구가옥들과 함께 묶여 전면 철거 후 재개발
서울시 ‘리모델링’ 권고 불구 12·16 대책 이후에도 15억 원 이상에 실거래 이어져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내 위치한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 위치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내 위치한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 위치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재건축·재개발 준공 연한을 충족시키지 않았는데도 전면철거 후 신축을 추진하는 억세게 운 좋은 사업장이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준공 40년 안팎의 세월을 지낸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의 단지들이 사업 진행에 발목 잡혀 울상 짓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이 아파트는 12·16 대책 이후에도 대출 전면 금지 기준인 15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연이어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신동아파밀리에 아파트는 1992년 준공된 226세대의 소규모 단지다. 커뮤니티를 품은 신축 대단지가 주목받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준공 연한으로 보나 단지 규모로 보나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딱히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부동산 업계에서 고수들만 아는 성지로 꼽힌다.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장이라 불리며 주목받는 한남3구역 바로 옆인 한남4구역 구역에 포함된 한강변 일대에 위치한 곳으로, 사업진행도 인근 한남5구역 등에 비해 빠르다.

신동아아파트가 정비사업의 최소 요건인 준공 30년도 채 갖추지 않았지만 신축아파트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건 한남4 정비구역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남4구역 내 구가옥들과 함께 묶여서 전면 철거 후 재개발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재정비촉진구역 특별법에 따라 가능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아파트의 골조는 남겨둔 채 고쳐쓰는 방식인 리모델링을 권고하고 있지만 조합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남4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신동아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현재는 전면 철거 후 신축하는 내용을 담은 촉진계획변경인가의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고 앞으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촉진계획변경인가 이후에는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를 받게 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변경인가는 올해 안에 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 아파트는 12·16 대책 이후에도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는 이들로 손바뀜이 일어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책 이후인 지난해 12월 말에는 15억 원에, 올해 1월 중순에는 15억5000만, 15억700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거래금액이 15억 원을 넘어서며 대출이 막혔는데도 200여 세대의 단지에서 3건이나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같은기간 4000여 세대에 달하는 잠실주공5단지에서 단 한 건의 거래가 있었고, 이보다 더 큰 4500세대 규모의 은마아파트 역시 한 건의 거래만 있던 것에 견주어보면 매우 주목할 만하다. 또, 지난해 9월 12억8000만 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해보면 불과 넉 달 만에 3억 원 가량 오른 것도 놀랄만한 부분이다.

운 좋은 단지로 꼽히는 것은 이곳 만이 아니다.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지 않고도 재건축 사업에 편입된 운 좋은 단지 시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우정에쉐르로 꼽힌다. 이 아파트 역시 총 세대수 30세대 남짓의 빌라 수준의 아파트여서 과거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70% 수준밖에 안됐지만, 재건축의 고수로 꼽히는 한형기 조합장이 주도하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에 편입됐다. 2000년대 초반 준공해 준공 20년도 채 안된 이아파트를 허물며 강남 최고의 부촌아파트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통합재건축 사례로 꼽히며, 올 4월 분양가상한제를 마지막으로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나홀로 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 대비 커뮤니티 구성 등이 미흡해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지만 통합 재건축이 되는 사례가 늘면서 되레 미래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